자주 바뀐 버스 노선…행정 신뢰‘추락’
자주 바뀐 버스 노선…행정 신뢰‘추락’
  • 이성훈
  • 승인 2018.03.02 19:02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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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개편, 2달만에 또…1년에 한번 꼴

광양시가 버스 노선을 지나치게 자주 개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버스 노선을 개편할때마다‘시민 교통 편익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버스 노선에 적응하기도 전에 노선을 자주 개편하는 바람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과 가장 밀접한 행정 분야에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통 행정으로 행정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시는  지난 1일자로 시내버스 노선을 부분 개편했다. 지난 1월 1일 개편한지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바꾼 것이다. 이번에 개편한 노선은 11-1, 11-2, 12, 17번 등 노선은 증회하고 9번 노선은 일부 감회 운행하는 것이 골자다. 23번 노선은 성황·도이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기존 운행노선에서 우회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를 살펴보면 종전 14회에서 1회로 감회된‘11-1번 노선(광양매화A~궁기)’은 환승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통노선을 복구하면서 7회로 늘렸다. 기존 5회에서 3회로 감회된 ‘11-2번 노선(광양매화A~망덕포구)’은 다시 5회로 증회했으며, 망덕포구에서 광양방면 노선에 대해서는 궁기를 경유하도록 했다.

17회에서 9회로 줄인‘12번 노선(광양매화A~광영부영)’은 14회로 증회했으며, 오전 7시 광영발 노선을 추가했다. 13회에서 7회로 감회한‘17번 노선(광양~망덕포구)’은 9회로 증회했으며, 오전 8시 20분에 출발하는‘31번 매남발 노선’은 광양읍까지 경유하게 된다.

‘32번 노선(광양매화A~백암)’은 버스이용객들의 시간을 고려해 오전 8시 50분 옥곡발 노선 폐지하고, 오후 6시 50분 옥곡발 노선을 추가해 광양읍까지 경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성황·도이지구 도시개발구역 내 공사로 인해 도로 통행이 금지·제한된‘23번 노선(광양매화A~우림필유A)’은 제철로에서 중마로로 우회하게 되며 이에 따라 새 승강장이 추가·변경 됐다. 종전 15회에서 29회로 증회한‘9번 노선(보건대학~우림필유A)’은 23회로 감회했으며 오전 6시 10분에 출발하던 첫차는 10분을 앞당긴 오전 6시에 출발한다.

시는 두 달 만에 노선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1월 1일 시행한 버스노선 개편은 광양~여수 광역교통망 개통에 따른 270번 노선 신설, 광양고용복지+센터 이용자 감안, 섬진강휴게소 환승터미널 개통 등으로 조정했다”면서“개편하고 보니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자주 발생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비판을 받은 부분은 11번대 노선을 대폭 줄인 것이다. 11번대는 광양읍과 중마동을 직통으로 연결해주는 노선이다. 99번의 경우 중마동 곳곳을 다니며 읍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11번대는 산업도로를 중심으로 노선이 짜여 있어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버스개편 때 11-1번은 14회에서 1회로, 11-2번은 5회에서 3회로 대폭 줄여버린 것이다. 노선이 중복되고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잇따랐다. 11번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청 공무원은“1월에 버스 노선을 개편하면서 왜 11번대를 대폭 줄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이 버스는 99번에 비해 읍과 중마동 가는 거리가 짧아 학생들과 출퇴근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노선이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도“11번 버스가 빨라 자주 이용했는데 갑자기 없어져 당황했다”면서“다시 늘렸다고 하니 반갑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이런 혼란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마다 개편

말로만시민 편의 증진’  

 

문제는 광양시가 지나치게 버스노선 개편을 자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 간 버스노선 개편을 살펴보면 평균 1년에 한번 꼴로 하고 있는데 2014년 이후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시는 2012년 1월 1일 버스노선을 개편한 후 2년 후인 14년 2월 18일 대폭 개편했다. 시는 당시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을 위해 4개월 동안 T/F팀을 구성했으며, 읍면동별 주민설명회 및 각 마을별 주민설명회를 가져 최종 개편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개편한지 불과 3주 만에 또다시 노선을 변경하고 말았다. 14년 3월 6일 2차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대폭 개편한 시내버스 노선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실제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의 불편이 가중될 거라는 판단에 하루라도 빨리 노선을 수정해 혼란을 줄여보고자 2차 개편을 단행했다. 대폭 개편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용역비와 홍보·인쇄비만 날린 셈이다. 당시에도 버스노선 개편이 탁상행정으로 끝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4년 3월 2차 개편한 버스노선도 오래가지 않았다. 시가 수요자 맞춤형 버스노선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15년 3월 또다시 개편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시는“노선개편으로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교통 불편사항을 적극 해소했다”면서“이용자 중심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내버스 운행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고 노선 개편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1년 만에 또다시 개편을 단행했다. 16년 5월 버스노선을 또다시 바꾼 것이다. 여기에도 시민 편의를 구실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1월 개편한데 이어 3월 1일자로 2차 개편했다. 최근 5년 간 시민 편의를 구실로 노선 개편을 실시했지만 정작 시민들에게는 적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개편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버스로 출퇴근을 자주 하는 한 직장인은“버스개편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이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으니 노선을 개편할때마다 혼란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제대로 개편해서 시민들이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변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갈수록 대중교통 이용률이 감소하고 버스 운영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노선 개편에 대한 불가피한 점이 많다”면서“우리시의 경우 아파트도 늘어나고 도시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노선 개편이 자주 발생해 불편함도 있겠지만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개편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이해해달라”며“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교통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