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나를 읽는 시간
<시 읽는 월요일> 나를 읽는 시간
  • 광양뉴스
  • 승인 2018.02.12 13:30
  • 호수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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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읽는 시간

 

詩. 김향숙   

•광양문인협회 회원   

 

새봄 첫날의 산길에는

겨우내 갇혀 있던 소리들로 울창하다.

느린 걸음에도 가쁜 숨이 더해지고

내 안에서도 내뱉고 싶은 말들이

아우성이다.

그 때 연한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가벼운 그늘 한 자락이

흔쾌히 등 넓은 바위를 내어준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세운 무릎을 끌어당겨

있는 힘껏 안는 것이란 걸

내가 나를 추스르는 방법이

고작 땀 흘리며 걷는 일이라는 걸

새봄 첫날의 산길에서 만난 그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나를 보듬는다.

세상에 없는 언어로 위안 받고

일어설 즈음

땅 위로 삐죽 올라온

그림자에 놀란 심장들이

명료한 얼굴로 웃고 있다.

그들 사이 내 그림자도

슬그머니 남겨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