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시 읽는 월요일
  • 광양뉴스
  • 승인 2017.12.29 19:13
  • 호수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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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김은우

•광주에서 출생.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광양문인협회회원

•시집으로 <바람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가 보았다> 가 있음. 2015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숲의 목록

 

병정들은 벌거벗은 채 서 있다

푸른 머리엔 흰 모자를 쓰고 있다

 

겨울이 숲을 움켜쥐고 흔든다

바람이 병정들을 후려친다

 

나는 어려운 질문을 들고

숲을 오른다

 

도처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

 

자라지 않는 독버섯

축축한 빈 상자

고양이 시체

 

어젯밤에 내린 눈이 녹아내리고

병정들의 흔 모자가 날아간다

 

나는 으르렁거리며 달려올

티라노사우르스를 기다린다

 

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다

숲의 저 너머에도 길이 열려 있다

 

다가가면 푸드득 달아나는

몇몇 새들이 숲을 지키고 있다

 

흰빛이었던 숲이 푸른빛으로

서서히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