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걷다> 낡고 오래된 도시에‘생기’가 가득 동심에 빠져드는 골목길
<길을걷다> 낡고 오래된 도시에‘생기’가 가득 동심에 빠져드는 골목길
  • 이성훈
  • 승인 2017.12.22 18:26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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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성, 아름다운 동화 가득한‘광영동 벽화 골목길’

광양제철소와 가장 가까운 도시인 광영동. 광양제철소 건립이 한창일 때 광영동은 그야말로‘지나가는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돈이 넘치는 도시였다고 한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서고 중마동이 개발되면서 광영동은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도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빈집도 많이 생기면서 생기는 더욱 더 잃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광양시와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광영동 골목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광영동은 이제 광양에서 가장 많은 벽화를 볼수 있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광영동 벽화그리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영중학교가 벽화로 학교 공간 바꾸기 사업을 시작한 것. 광영중은 학교 폭력 없는 학교문화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학교 미술부원 20여 명이 학교 공간 바꾸기에 참여해 벽화 작업을 실시했다.

광영중은 강당 벽면과 운동장 외벽에 벽화와 타라코타(타일아트) 작업을 실시해 삭막했던 공간을 꿈과 희망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당시 포스코와 순천 YWCA가 펼치고 있는 폭력 없는 학교문화 만들기 사업 1호로 선정된 광영중은 벽화작업을 위해 40cmX40cm 사이즈  250여개의 타일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광영중 바로 앞 광영마을 골목길 곳곳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 공식적인 이름은‘광영 난장’이다. 남쪽 햇빛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광영마을은 광양제철소가 생겨나며 넓고 크다는 의미의‘광포마을’과 수준이 높다는 의미의‘영수마을’주민이 이주해 온 신거주지역이다. 현재 이 두 개의 마을은 하나가 되어‘크게 번영하는 문화의 마을’이라는 깊은 뜻을 품고 문화, 경관등 다양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광영마을은 지역민들의 맑고 깨끗한 흥취를 이어가며‘경관+문화+주민’의 교집합 마을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광영동 벽화 골목을 거닐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벽 곳곳에 아름다운 동화가 가득해 이곳에서 그림을 보면서 저절로 마음이 순화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추위가 기승를 부리는 겨울철에 걷는 골목길은 삭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광영동 벽화 골목길은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훈훈하기만 하다. 간혹 동네 할머니들이 쓴 시도 걸려 있고 가게 간판도 입체적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어 걸을때마다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 광영동 벽화 골목길이다.             

벽화는 광양 큰그림기획연구소가 진행했는데 전체 주제는‘과거와 미래의 공존’이다. 그래서 벽화에는 아이들이 꿈 꿀수 있는 별과 달이 많고 파랑새도 날아다닌다. 광영중 축구부가 유명해서 그런지 운동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는 생동감이 넘친다. 여기에다 가로수와 집에서 키운 꽃나무들이 그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모습도 보인다. 창문을 열면 새가 날아올 것만 같고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가득찬 철장 대문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을 저절로 흉내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집에는 창문과 별떨어지는 광경, 이를 조용히 바라보는 어린이의 모습,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어린이 등 건물 전체가 그야말로‘동화’이다. 통영 동피랑의 유명한 천사 날개도 그려져 있어 누구나 이 그림을 배경으로 천사가 될 수도 있다.

   
   
 

광영동 벽화 골목길을 도는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들, 가족들과 그림을 배경삼아 사진도 찍고 구구절절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한두 시간도 모자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 거리를 더욱 더 좋아할 것 같다.

이제 방학이다. 겨울철 움츠려 있지만 말고 가족들과 벽화 골목길을 거닐며 동화를 만들어보자. 눈이 수북이 내리면 이곳 골목길은 더욱더 운치 있고 정겨운 곳이 될 것이다. 올 겨울 광양에도 눈이 내려 동화처럼 아름다운 광영 벽화 골목길이 더욱더 낭만 깊은 곳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