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북적북적·도란도란…정이 가득 넘치는 ‘광양읍 5일장’
오랜만에‘길을 걷다’를 써 본다. 한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도 저물어간다. 가을이 한창일 때 광양문인협회 회원인 서문식 광양시 경제복지국장이 이런 말을 했었다.“저렇게 높고 파란하늘을 저축만 할 수 있다면 통장에 한 아름 넣어 놓을 텐데…” 하고 말이다.
서문식 국장의 표현이 너무 좋아 다음에 내가 써먹어도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냐고 농담을 했다. 서 국장은 허허 웃더니 마음껏 사용하라면서 시원하게 맞장구를 쳐준다. 그리고 이 표현을 이번 호‘길을 걷다’에서 사용한다. 우리는 파란 하늘을 보면 보통“예쁘다. 멋있다. 날씨가 좋다”는 말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파란하늘을 저축해두고 싶다는 시인의 감성을 느끼면서 역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심성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
길을 걷다 이번 호는 조용한 길거리가 아닌 왁자지껄한 사람 속으로 들어갔다. 전화벨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냄새와 제철 과일이 가득한 시장통을 서너바퀴 돌아본다.
1일과 6일에 열리는 광양읍 5일장. 5일장이 열릴 때마다 시장과 광양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이곳은 한바탕 주차전쟁이 일어난다. 그만큼 사람들로 넘쳐나고 인도 역시 노점상들로 가득 차 사람만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빈자리가 넘쳐났던 옥룡·봉강행 시내버스도 모처럼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광양농협 뒷길에서부터 시장 여행은 시작된다. 환절기이고 겨울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두툼한 옷과 이불이 눈에 띈다. 시장표 브랜드 수만가지 옷들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시장 거리를 가득 메우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담요와 베게 커버를 파는 노점에서 1만 3000원 짜리 두툼한 모포도 1만원으로 선뜻 깎아준다. 잠깐 엿보니 상인과 손님이 하루이틀 본 사이는 아닌 듯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깎아주고 기분 좋으면 수건이라도 한 장 더 주는 상인의 넉넉함과 푸근함이 배어 나온다.
통닭과 어묵은 5일장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갓 튀긴 통닭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옆에는 닭발도 맛있게 튀겨져 술꾼들의 군침을 절로 돌게 한다.
5일장에 가면 항상 먹는 게‘핫바’다. 한 개에 1000원인데다 맛도 다양하다. 핫바 가게를 그냥 지나칠수 없어 두어개 사기로 했다. 하지만 주머니를 뒤져보니 5만원짜리만 나온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5만원 내고 두어 개 사면 욕 얻어 먹을까봐 열 개를 샀다. 손에 기름기 가득한 핫바를 한 개 물고 시장통을 돌아다닌다. 입안에 가득한 풍족함과 고소함. 역시 핫바는 입안이 터지도록 한가득 물어야 제 맛이다.
조금 지나면 어시장이 보인다. 최근에 매대를 개선해 생선 파는 곳도 주변이 아주 깔끔해졌다. 일단 눈에 띄는 생선은 고등어와 갈치, 그리고 바지락. 이름을 알듯말듯한 수많은 생선들이 얼음 옷으로 무장한 채 비린내를 솔솔 풍긴다. 이 생선들이 오늘 저녁에는 생선찌개와 구이, 그리고 술안주로 사람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리라.
시장 한편에는 국밥집과 식당이 줄지어있다. 이른 아침부터 국밥집에는 소주와 막걸리를 몇순배 돌리며 국밥으로 요기를 달래는 사람들이 보인다. 쌀쌀해지는 요즘 시장통에서 먹는 국밥과 소주, 막걸리의 맛을 어디에 비교하리. 사람에 취하고 술에 취하는 5일장은 그래서 좋다.
또 한 바퀴 돌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 가 가득하고 김 굽는 곳도 보이고 따끈한 죽을 파는 곳도 많다. 사과와 배, 감 등 제철 과일들도 가득하다. 5일장에는 카페도 있어 식사와 군것질을 하고 난후 따뜻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또 한바퀴 돌면 그냥 지나쳤던 물건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돌면 돌수록 새롭고 정겨움 가득한 곳이 광양읍 5일장이다.
광양읍 5일장은 매주 토요장터를 연다. 토요장터는 중소벤처기업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9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 정식 개장했다.
먹거리부스와 프리마켓, 문화 공연, 각종 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며, 토요일이 장날인 경우에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니 주머니는 두둑이, 마음은 가볍게 마음껏 장터 구경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