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부산국제영화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0.27 18:21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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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즐긴 독립영화 한편,‘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 첫 장편 데뷔작 “타인에게 죄책감 넘기는 인간의 숨은 속성 담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2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가 주최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역신문 현장연수’짧은 일정에 참석해 잘 만들어진 한국 독립영화 한 편을 감상했다.

이번 국제영화제‘뉴 커런스 독립영화’는 한국영화 3편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에서 모두 10편이 출품돼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며 김의석 감독이 제작한‘죄 많은 소녀’가 뉴 커런스 수상작품에 선정됐다.

김의석 감독

‘죄 많은 소녀’는 한 여학생의 의문의 투신자살을 둘러싸고 경찰, 교사,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섬세하고 내밀하게 그려냈지만 주인공 영희의 수화로 시작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장면전환이 빠르고 이해가 빠른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주제를 찾고 감독의 제작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아이들은 친구의 죽음을 슬퍼 할 시간도 없이 서로 갈등하고 친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주인공 영희를 친구의 죽음을 방조한 죄인으로 몰아가며 폭력까지 행사한다.

딸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는 영희를 찾아가 괴롭히고 경찰도 영희를 압박한다. 학교 측과 적당한 타협으로 수사가 마무리 되고 장례식이 있던 날, 괴로워하던 영희는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급히 부의 봉투를 찢어 휘갈기듯 메모를 한 다음 화장실에서 청소용 독극물을 마시고 죽음을 시도한다.

독극물로 인해 성대에 심한 손상을 입은 영희는 말을 잃었지만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간다. 그러나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는 영희의 병실을 들락거리며‘죽은 딸의 보험금으로 니가 살아난 거다. 내 딸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며 위로를 가장한 분노가 섞인 섬뜩한 협박을 한다.

영화배우 서현우(담임교사 역)

영화 속 경민의 죽음은 통념과 질서를 절대가치로 삼으며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어른들의 굳은 사고와 무책임, 그리고 학업스트레스,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지 못한 우리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죄 많은 소녀’는 죽은 경민의 친구, 엄마, 학교 등 주변인물들이 자신들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그런 행동을 통해 또다시 파생되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복선으로 깔린다. 결국 영화‘죄 많은 소녀’는 의도하지 않게,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죄를 품고 살아가는‘우리들의 자화상’을 확인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김의석 감독은“사람들은 죄를 안고 살 수 없고, 그 죄를 누군가에게 넘겨야 한다. 영화는 결국 약한 한 아이,‘영희’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떠넘겼다.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죄를 전가하고,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하다 보니 영희에게 넘어갔다. 아이와 어른이 아닌, 결국 인간 자체의 속성이 아닐까 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영화 속 인물의 성격은 김의석 감독이 실제로 친구를 잃은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소중한 친구가 실종된 후 수색하는 과정에서 느낀 주변사람들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쪼개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촬영하는데 4개월이 걸린 이 영화는 6개월의 편집과정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장기간의 편집과정은 김의석 감독이 혼자 했다고 알려졌다.

전북 군산 출신인 김 감독은 영화‘곡성’연출부로 활동했고 이번 작품은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1992년 영화‘결혼이야기’로 데뷔, 1993년 제31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 1992년 제3회 춘사영화예술상 희극영화부문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1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