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조성,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끝>
아동친화도시 조성,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끝>
  • 이성훈
  • 승인 2017.10.27 18:20
  • 호수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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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시각으로, 아이들 의견 반영’하는 정책 필요, 성과에 집착해선 절대 안 돼

아동·전문가·학교·학부모·지역단체 지혜 모아야…지자체 특성 맞는 정책 추진

 

‘아동친화도시’란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4대 권리를 실현하는 지역사회를 말한다. 모든 아동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며, 지자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는 사회다. 또한 정책과 법,  프로그램과 예산을 세울 때 항상 아동권리를 고려하는 도시다.

아동의 4대 권리는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으로 나눌수 있다. 생존권은 생명유지, 건강유지 등에 관련된 권리며 발달권은 신체적, 정서적, 도덕적, 사회적 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 등을 말한다. 보호권은 차별대우, 착취, 학대, 방임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참여권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의 권리에 대하여 54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해 비준했다.

유엔 아동친화도시는 1989년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아동권리가 구현되는 도시를 대상으로 인증해주는 제도다. 1996년 유엔회의에서‘아동친화도시’를 발의한 후 2000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 1300여개 도시가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아동친화도시 정책이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2015~2019 보건복지부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에 따라 아동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서울 성북구, 전북 완주군을 시작으로 2017년 10월 현재 14개 지자체가 유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유엔으로부터 10개 이상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아동권리 인식은 ‘보호’개념에 머물러 있다.

특히 나이 서열이 엄격한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의견에 대해‘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생각’으로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동 의견이 정책에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 투표권 역시 19세까지 머무르고 있어 학생들의 생각이 정치권에 반영되기란 더욱더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다 자식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성향이 강해 아동 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지자체마다 차별화 정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지자체들은 나름대로 차별화된 아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충북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충북 충주시는 지난해 1월부터 아동친화전담팀을 신설했다. 충주시는 아동친화도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관학 협력체를 구축하는 등 아동친화도시 추진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청소년 의회를 구성하고 아동권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증을 받은 군산시는 아동권리광장을 조성한다. 내년 6월 준공예정인 아동권리광장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권리를 말하고 의견을 활발히 공유하는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군산시는 또한 세이브더칠드런, 군산대와 협약을 체결하고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도 만들 계획을 갖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인증을 받은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조례를 만들고 아동·청소년 기본정책 5개 영역과 52개 주요과제를 선정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인증을 받은 전북 전주시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따뜻한 아침 도시락을 배달하는‘엄마의 밥상’과 아이들에게 각종 책을 제공하는‘지혜의 반찬’,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인‘전주 아이숲’등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 눈높이에 맞는 정책 추진해야

 

일본이 30여년 이상 아동권리에 노력하며 지자체별로 조례를 제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아동친화도시 조성은 최근 5년 사이에 추진하고 있어 일본이나 유럽에 비하면 상당히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성과 중심으로 아동친화정책이 추진되지 않을지 우려가 높다.

아라마끼 시게토 일본 아동권리협약종합연구소 대표(야마나시가꾸잉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는 지자체들이 성과 위주로 아동정책을 추진할 경우‘정책만 있고 아동이 없는’빈껍데기 아동권리정책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지자체들이 다른 지역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까닭에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동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아라마끼 대표는 이에 대해“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검토하고 해당 지역에 맞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연구해야 한다”면서“맹목적으로 다른 지자체 정책을 검증 없이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자체별로 인구와 산업규모, 예산, 주민들의 분포, 아이들의 생활 수준 등 모든 것이 다른데도 이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그대로 아동정책을 추진했다가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지자체 단체장은 선출직이어서 유엔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무분별한 아동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엔 기준에만 맞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는다면 아동이 아닌 지자체장을 위한 아동친화도시로 조성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아라마끼 대표는“유엔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아동 권리’ 자체가 중요하다”면서“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아동은 물론 전문가, 학교, 시민단체, 학부모 등으로 팀을 구성해 지자체에 알맞은 올바른 아동 정책이 무엇인지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아동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결국 눈높이를‘아동’에 둘 것인지,‘정책’에 둘 것인지 고민한다면 지자체들이 성과 위주의 아동권리 정책을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현복 시장

“아이양육하기 좋은 도시 반드시 조성”

 

이와 관련 정현복 시장은“광양시는 유엔 아동친화도시 인증 여부가 올해 말 결정될 예정이지만 절대 유엔 인증 자체에 목표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광양시는 유엔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을 따르면서 우리 지역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아이들의 권리 신장에 가장 효율적인 정책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면서“유엔 인증은 보너스 일뿐 거기에만 매달리면서 아동친화도시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광양시는 민선 6기 들어 아이와 청년,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앞으로도 아이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