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해 온 농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예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광양에서도 그 맥을 이어가기 위해 각 읍면동의 자생 풍물단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어축제, 숯불구이 축제, 광양문화원 한가위 민속놀이 한마당에서 풍물놀이는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1년 중 어느 달 보다 많은 풍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지난달, 광양문화원이 숯불구이 축제기간에 준비한‘광양시 농악한마당’행사에서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김재주(58)씨를 만날 수 있었다. 꽹과리를 치는 상쇄 김재주 씨는 태인동 풍물단을 이끌며 태인동의 전통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혼자 그냥 즐기고 말면 그 뿐이라 생각했는데 전통놀이가 끊길 것 같은 위기를 느껴 40대 후반에 양일주 어르신에게 버꾸농악을 배우러 다녔다”고 말하는 김 씨는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이 힘든 노동 중에 즐기고 위안 삼던 태인동 풍물놀이를 꼭 지켜가고 싶었다고 한다.
농악단과 함께 남원 춘향제, 전주 대사습놀이 등 굵직한 전국 대회에 나가서 광양 버꾸 풍물을 선보여 상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매화축제장에서‘앞모습은 못생겼는데 뒤태가 멋있어서’관광객들이 옷섶에 지폐를 꽂아줘서 당황한 적도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김 씨의 몸짓은 나비처럼 사뿐하고 가볍다. 그가 두드리는 꽹과리 소리 역시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 씨가 30명의 태인동 풍물단을 이끌게 된 계기가 있다.
“태인동은 김 농사의 풍작과 안녕을 기원하며 했던‘용지 큰 줄다리기’를 매년 정월 대보름 행사로 시연하고 있는데 풍물놀이가 빠질 수 없다. 우리 동네 행사에 남의 동네 풍물단을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며“배우지 않고, 또 가르치지 않고서는 우리 대에서 전통 풍물이 끊어질 것 같아서 일하다 말고 풍물을 배우러 다녔고 풍물단을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태인동 풍물단은 동사무소 옆 복지센터에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모여 연습을 한다. 목요일은 풍물단원끼리 모여 자체연습을 하고 금요일은 강사를 불러 수업을 받는다. 동아마라톤대회에 나가서 3시간 39분 만에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도 있는 그는 마라톤뿐만 아니라 축구, 족구 등을 즐기는 스포츠맨이다. 그러나 김 씨는‘뭐니 뭐니 해도 풍물이 최고’라고 말한다.“우리 것이니까 좋다. 북, 꽹과리, 소고, 장고, 징이 어울려 내는 신나는 소리에 몸을 싣다 보면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진다. 마누라 엉덩이 토닥이는 것 보다 더 재밌다”며 놀이 중 으뜸은‘풍물’이라고 자랑한다.
쌍용자동차에서 차를 판매하는 것이 김 씨의 직업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실적이 부진하지만 단원들과 함께 풍물연습을 신나게 하다보면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사라진다고 한다.
“태인동과 진월면은 연습장소에 구애를 크게 받지 않지만 다른 풍물단은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민원 때문에 풍물단이 와해 위기를 겪은 곳도 있다”며“광양 풍물이 전통을 이어가려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