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양 백운배
<칼럼> 광양 백운배
  • 광양뉴스
  • 승인 2017.09.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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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백운배(白雲梨)는 야생종 배다. 야생 배는 크게 산돌배(Pyrus ussuriensis)와 돌배(Pyrus pyrifolia)로 구분된다. 산돌배는 북방계 계통의 배로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대표적인 산돌배에는 백운배를 비롯해 문배, 청실배, 취앙네, 남해배, 무심이배, 황실배 등이 있다. 이중 문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6-1호로 지정된 문배주와 관련이 깊다.

문배주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장 공식 술로 지정돼 유명해진 술이다. 이 술의 향기가 문배의 향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실배와 황실배는 국제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Slow Food Foundation for Biodiversity)의‘맛의 방주’에 등재된 배로 유명하다.

맛의 방주는 이탈리아 브라에 본부를 두고 150여 개국 회원 10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 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통음식 보호 프로젝트이다. 맛의 방주에 청실배는 진안‘마이산 청실배’로 등록되어 있으며, 황실배는‘남양주먹골황실배’로 등록되어 있다.

청실배나 황실배가 직접적으로 소득화 된 것은 아니지만 맛의 방주에 등록된 것을 계기로 지역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 향상 및 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백운배는 예로부터 감기 및 천식 등에 좋다고 구전되어 왔으며, 민간요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광양에서는 이를 특산물로 개발하기 위해 타 지역보다 먼저 재배화를 서둘렀다. 재배면적은 늘었지만 야생종인 백운배는 개량 품종인‘신고’배에 비해 향이 있고, 산도가 낮지만 당도가 낮고 육질이 딱딱하며, 크기도 작아 생식용으로는 기호성이 크게 낮은 편이다.

생식용으로 기호가 낮은 백운배는 배즙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배즙은 전체 배 소비량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백운배 생산자들은 백운배의 유일한 소비 통로로 된 배즙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즙의 판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백운배’라는 이름은 판매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재배품종 보다는 야생종 배가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심리를 갖고 있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백운배는 재배종 배로 받아들이기 쉽다.

돌배라고 하면 야생배라는 이미지가 직설적으로 전달되는데 비해 백운배는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백운배의 명칭을‘백운산 참돌배’로 통일시키기로 했다는 최근의 소식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농가의 입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명칭에 백운산을 사용했지만 돌배라고 부르는 순간 백운배의 고유성과 개성은 일반화가 되어 버린다.

돌배가 재배종 배에 비해 항산화 효과 등 뚜렷하게 좋다는 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름조차도 보편화를 시켜 버리면 광양 고유의 개성적인 자원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된다.  

지역 고유 자원의 발굴과 개발은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지역의 상품 판매에 원동력이 된다.

광양은 이미 매화를 통해 특산물의 힘을 경험했다. 광양 고유의 자산이 아닌 매화를 광양의 자산으로 만든 경험도 있다.

백운배에 대해서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순간순간 대응하기 보다는 매화를 특산자원으로 만든 경험을 살려 광양만의 큰 자산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