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도예가 하신혁(29)씨를 만난 곳은 여름 꽃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간 봉강 햇살수련원에서다.
하 씨는 2년 전, 버거운 서울생활을 접고 내려와 봉강면 북초등학교를 수련원으로 리모델링해 숙박시설, 체험장, 전시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이 곳에 작업실과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대학에서 세라믹디자인을 공부한 하 씨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다 서울에서도 비교적 세가 저렴하다는 은평구 녹번동에 세를 얻어 공방을 차린 선배 옆에서 더부살이 공방을 시작했으나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그러다 선배가 공방을 접게 되자 혼자서 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광양으로 내려와 마침 비어있던 햇살수련원 전시장과 체험장을 빌려 체험장을 겸한 공방을 열었다.
하 씨의 손을 거쳐 완성된 도자기는 주로 생활도자기로,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이나 색상이 여느 생활도자기와는 다른, 사뭇 세련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하 씨의 작품은 재 구매율이 높고 서울 강남의 갤러리,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인기가 많다. 서울에서 공방을 운영할 때 개척한 판로가 광양에 내려와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 씨는‘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서울을 오가며 시야를 넓히고 있으며 자신의 작품을 도예가. 판매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정직한 마케팅을 한다.
공방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어서 더위를 식히러 왔다가 도자기 체험도 하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어 하 씨는 여름이면 더 바빠진다. 게다가 한시적으로 매점을 운영해야 하니 작업하랴 수업하랴 바쁜 하 씨를 위해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아버지가 작업실 청소와 매점관리를 돕고 있다. 하 씨는“아직까지 부모님의 신세를 져야 하니 부모님께 많이 죄송하다”며“5년 후에는 자립할 수 있는 재원을 꼭 마련해 완전한 독립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그래서 하 씨는 한창 젊음을 즐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절제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근검절약하며 강한 독립의지로 뚜벅뚜벅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스물아홉이 생각하는 성공의 개념은 아직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 씨는“어려운 취업난 속에서도 하나 둘 성공한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무원 시험과 취업준비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있다”며 “지금 우리 또래가 생각하는 성공은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연봉을 많이 받는 것. 그것이 꿈이자 성공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신혁 씨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도예심리치료사 자격증 등 틈틈이 공부해 자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청년 도예가다. 생활예술분야에까지 학벌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는 맘에 들지 않지만 자신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한다.
하 씨가 현재 빌려 쓰는 햇살수련원 공방은 사용료가 저렴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언젠가는 비워줘야 하는 문제가 있어 ‘완전한 자립기반’이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을는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지상의 방 한 칸’이 절실하듯 자립을 꿈꾸는 광양 청년들에게는‘마음 놓고 꿈을 키우는 작은 공간’이 절실해 보인다.
*하신혁 도예체험 문의 : 봉강 햇살수련원 762-7977 (주소 : 광양시 봉강면 성불로 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