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쯤에서
3번 국도를 따라 남쪽 끝 삼천포항에 가 보자
고만고만한 배들
하얀 엉덩이 까고 덤비는 파도에게 넘어가서
이리저리 넘겨다보고 부딪혀도 보는
까만 생머리의 여자 만나면 은근슬쩍 수작이 통할 듯 하는
가끔은 섬과 섬 사이로 낡고 허술한 배 한 척 들어와
잊었던 사람에 대한 소식
흘러들어올지도 모르는 곳 프로필
전남 해남 출생
길이 바다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할 즈음 광양시 금호동 거주
경상도 아지매가 부르거든 광양문인협회 회원
지갑이 얇더라도 못 이긴 척 들어가 시집‘별빛 체인점’
펄펄 뛰는 참숭어 한 마리 때려눕혀
선홍의 핏물은 바다로 슬쩍 돌려주고
연한 속살 저며 말아주는
물회 한 그릇으로 허기를 때워보자
늦게 찾더라도 방 비우고 기다려주는
삼천포 여관
구석방으로 수배자처럼 숨어들어
얇은 벽 건너오는 이야기 엿들어보자
한숨일랑 그럴 때 듣는 것이다
눈물일랑 그럴 때 흘리는 것이다
술 한 잔 더 따라
앞에 두고
사는 것이 별거였더냐 이해되기 전까지는
잠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