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경의 논술교실[108]
박옥경의 논술교실[108]
  • 광양뉴스
  • 승인 2017.07.21 19:09
  • 호수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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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 박옥경 (광양중진초등학교 방과후논술교사)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는 편지만한 것이 없지요. 직접 말하는 것처럼 쓰는 말투가 굉장한 공감을 끌어내고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편지를 쓰는 대상은 정해져 있어서 그때그때 대상에 알맞게 써야 해요.

안현지 학생은 햄스터를 괴롭히는 아이들에 대한 학습 자료를 읽고 그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쓰는 목적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고 따라서 자기의 생각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어서 설득력 있는 편지가 되었어요.

요즘 일어난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을 예로 들어 생명 존중에 대한 의견을 잘 펼쳐 나갔어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도 곁들이는 센스가 돋보이네요.

상대방을 설득하는 편지라서 주장도 강하게 드러나 있어요. 만약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편지로 써서 부모님을 설득해 보는 건 어떨까요?

<편지>

광양중진초등학교 5-4 안현지

                 햄스터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안녕? 나는 현지라고 해. 난 너희들이 햄스터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편지를 써.

햄스터들이 너희들한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면 슬프고 화 날거야. 너희들이 햄스터라면 기분이 어떻겠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 당연히 화가 나고 견디기 힘들 거야.

햄스터뿐만 아니라 강아지, 개미, 지렁이, 새 등을 때리고 밟고 하면서 고통을 주는 경우를 보았어. 개미나 지렁이 같이 작은 생물들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함부로 죽이기도 해. 그렇지만 작다고 해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야. 사람처럼 소리 지르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건 아니야.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 요즘 뉴스에 계속 나오는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데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해. 범인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초등학생 때도 고양이를 죽여서 해부했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몰라.

우리 조상들은 새가 먹을 열매를 남겨 놓거나 개울에 물을 버릴 때 뜨거운 물은 식혀서 버렸어. 작은 생물들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야. 우리 조상들이 이런 배려까지 하면서 살았다니 정말 존경스러워.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히 여겨야 돼.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도 당연히 소중하게 여기겠지. 우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결국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와 존중으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

살기 좋은 사회,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사람을 서로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해. 그러니까 작은 개미도 함부로 재미로 죽이지 말고 길고양이를 함부로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동물과 자연과 인간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야.

앞으로는 지금 키우고 있는 햄스터를 잘 돌보아 주길 바래. 그럼 안녕

2017년 7월 20일

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