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 안 지키는 의원들,‘의원님’소리 들을 자격 있나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의원들,‘의원님’소리 들을 자격 있나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06.23 18:18
  • 호수 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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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취재기자

지난 15일, 시의회 총무위원회 소속 위원 5명이 광양읍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방문했다. 당초 방문일정은 다음 날인 16일이었으나 갑자기 일정을 바꾼 의원들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6월 한옥 오픈하우스 행사’가 준비된 15일, 4시 이후에 오겠다고 했고 정작 5시가 다 되어서야 나타났다.

센터 근무자들은 오픈하우스 행사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먹거리와 음료를 준비했고 아카이브 기초 작업을 하느라 뙤약볕 내리 쬐는 낮 시간 동안 읍내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사진촬영 작업을 했다. 의원들이 4시에 센터를 방문한다는 말에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부랴부랴 센터 사무실로 왔다.

근무자들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직접 현장을 방문한다는 의원들의 말을 반기며 혹시라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 궁금한 사항이나 할 말이 있으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4시쯤에 오겠다던 의원들은 한 시간이나 늦은 5시경에 모습을 나타냈고 기다리다 지친 활동가들은 5시 반에 약속돼있는 오픈하우스 행사로 마음이 바빠 먼저 행사장으로 떠났다.

5시가 다 되자 문양오·김성희·진수화·최한국 의원과 이혜경 의원이 노란 조끼를 입고 관용버스에서 우르르 내렸다. 개선장군처럼 버스에서 내린 의원들은 안재락 센터장과 박영진 사무국장 등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한 다음 설명회가 준비된 회의실로 들어갔고 도시재생의 개념과 추진방향, 광양읍이 도시재생의 최적지라는 안재락 센터장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5명의 의원 중 집중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어보였다.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지루하게 앉아 있는 의원,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 그냥 고개만 주억거리는 의원,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뜬금없는 질문을 한 의원도 있었다. 단 한사람, 자신의 지역구인 문양오 의원만이 관심 있게 듣고 메모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의원들에게 광양읍 도시재생사업은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주하는 근무자들에게는 그들의 임무이자 목표이자 가치이다. 센터 근무자로 몸담고 있는 동안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나름의 사명감도 갖고 있다. 한옥 오픈 하우스도 그런 사명감에서 출발 한 것이다.

시의회 관계자는“이날 의원들의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방문은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현장을 돌아 본 것이다”며“다압 영화마을조성 예정지와 매화문화관, 와인동굴 현장 등 3곳을 다니다 보니 시간이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약속시간을 못 지킬것 같았으면 센터 측에 늦는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센터장과 근무자들의 무작정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의원들의 뻔뻔함에 함께 기다리던 기자도 슬슬 화가났다.

이날 총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도시재생사업 공유 일정은 6시쯤에 끝났다. 이후 의원들은 저녁식사 자리가 있다며 다시 우르르 관용버스에 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식사 자리 약속은‘음식이 식는다’며 빨리도 움직이면서, 일정이 바빴다면 다시 조정을 하면 될 일을 주민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은‘공인’으로서 또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사정이야 어쨌든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게 좋다. 의원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에 이러쿵저러쿵 말 한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국 어느 지자체를 가나 정치인, 특히 지방의원들에 대한 인식은 냉담하다. 발로 뛰며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시민들 눈에는 △사람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나타나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아무나, 누구하고나 영혼 없는 악수를 청하는 사람 △인사 청탁과 이권에 개입하고, 눈에 띄게 나쁜 짓을 저질러 쇠고랑을 차기도 하는 사람 △적당히 정당 공천 받아 세비 받아가며 때론‘생색’을 내거나‘행세’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텃밭이 아니어도 사업 예정지를 돌아보고 시의 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내용을 공유하고 확인함으로써 발전을 도모하려는 노력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업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현장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소임을 다하려는 시민들에게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6월 이면 또 지방선거를 실시한다.‘표’를 의식한다면 주민을 사랑하는‘애민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지금부터라도 약속도 잘 지키고 열심히 공부도 하는‘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의정활동’을 펼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