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했을 것”
“제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했을 것”
  • 이성훈
  • 승인 2017.06.02 17:55
  • 호수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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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압으로 화재막은‘김회곤 택배기사

택배 기사의 신속한 대응으로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날 뻔한 참사를 막았다. 택배 기사가 화재를 초기에 진압한 덕택에 화재가 난 아파트는 경미한 피해만 입었고, 이러한 선행 소식이 아파트 주민들과 온라인에 퍼지면서 지역에 훈훈한 소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성호3차 아파트 한 가정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가정 주민은“아이들 학교 보내고 잠시 쉬고 있는데‘턱’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된 후 베란다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깜짝 놀라 집밖으로 나온 이 주부는 119에 신고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배달하러 오던 택배 기사가 뛰어오더니 불이 난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낸 다음 베란다로 뛰어가 불을 끄기 시작했다. 

택배기사는 따라오는 주부에게 수건을 건넨 후 나가 있으라고 안심시킨 뒤 한손에 수건을, 한손에 호수를 들고 불을 끄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 주인은 너무 놀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해 하면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에 택배기사는 주부를 다시 한 번 진정시키며 배달 물건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약 4분 후 화재는 어느 정도 진압됐고 소방관이 도착하자 택배 기사는 소방관들에게 호스를 넘겨준 후 손만 씻고 배달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부는“택배기사님께 너무 감사해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너무 쑥쓰러워 하면서 사양했다”면서“요즘 같은 세상에 시커먼 불길 속으로 0.1초도 망설임 없이 달려가고 그게 당연하다고 하시는 택배기사님이 진정한 천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화재를 입은 가정 아래층에는 어린이집이 있는데 초기에 택배기사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더라면 큰 사태가 발생했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 주부는“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택배기사님이 배달 물건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등 위험항 상황에서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서“신속히 대처해주신 택배기사님, 잘 다독거려준 이웃들, 소방관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사연은 온라인 카페‘순광맘’에 소개돼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성호 3차 주민들 사이에서도 훈훈한 소식이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한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소속 김회곤 기사다. 성호아파트와 우림필유를 담당하는 김회곤 기사는“당시 비명소리가 들리고 피해자분이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면서“일단 초기에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소화전 호스를 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기사는“제가 특별히 잘한 것은 없는데 쑥스럽다”며“제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현장에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기사는 이어“다행히 초기에 마무리가 잘돼 저 역시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진압에는 성호3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평소에 화재진압 도구들을 수시로 정비했던 것도 큰 효과를 봤다. 한편 성호3차 입주자대표회는 지난달 30일 이번 화재수습과 관련 김회곤 기사에게 소정의 선물을 지급하며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