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팽나무•수양버들’울창한 이곳, 선조들의 깊은 지혜 느껴볼까
‘이팝나무•팽나무•수양버들’울창한 이곳, 선조들의 깊은 지혜 느껴볼까
  • 이성훈
  • 승인 2017.05.12 17:45
  • 호수 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0여년 푸름 간직한‘유당공원’…고목들이 전하는 역사의 숨결

독자들에게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고백하겠다. 2005년 광양에 정착하면서 10년 이상 지역 곳곳을 다니며 취재활동을 해왔지만 유당공원을 한번도 가 본 기억이 없다. 늘 차를 타고 인동로타리를 지나며 저기가 유당공원이려니 하며 지나치기만 했지 공원에 연못이 있고 어떤 나무가 있는지, 나무들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는 그저 글로만 봤을 뿐 직접 다녀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길을 걷다’취재를 하면서 유당공원을 제대로 걸어보니 그동안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얼굴 가득 차오른다.

유당공원을 직접 걸어보면서 또 하나를 가슴 깊이 느낀다. 광양 곳곳에는 좋은 곳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광양시가 지역 문화·관광 유산을 엮어 관광 상품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비록 관광 상품화를 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유서깊은 유당공원이 읍내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광양시민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

유당공원의 역사는 500여년 가까이 된다. 공원내 표지판에 설명된 유당공원 유래를 살펴보면 1528년 광양현감 박세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유당공원’은 연못과 수양버들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근대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유당공원은 조선시대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실은 바람을 막아줬으며 바닷물에 반사되는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광양읍 칠성리의 당산은 호랑이가 엎드린 형국이고, 읍내리는 학이 나르는 형국인데 남쪽이 허하다 하여 늪 지역에 연못을 파고 수양버들과 이팝나무, 팽나무를 유당공원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해마다 입하 전후로 이팝나무에서 꽃이 활짝 피는데 이팝나무 하면 역시 ‘유당공원’이다. 유당공원 이팝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당공원에는 400~500년 된 팽나무, 느티나무 등 고목들이 곳곳에 있다.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는 고목들은 성인 몇 명이 나무를 안아도 될 정도로 넉넉하다. 유당공원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이런 고목들이 연못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공원은 어디에서나 쉴 수 있도록 벤치와 정자가 있다. 공원을 돌다보면 공원 바로 옆 광양노인복지관의 노래교실에서 들려오는 어르신들의 힘찬 노랫소리도 들린다. 읍내 한가운데 있고 바로 옆이 터미널이기 때문에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자주 들리지만 시끄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유당공원을 건너면 5일장이 있다. 공원 한 바퀴 돌다가 5일장에서 가락국수나 팥죽도 먹고 장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 건너편에는 인동숲이 잘 어우러져 있다. 동초등학교와 서초등학교에서 터미널 로터리와 유당공원 구간에 조성된 인동숲은 왜구들로부터 광양읍성을 은폐시켜 주는 기능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장기도 두며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유당공원을 중심으로 도립미술관이 건립된다. 미술관과 유당공원을 중심으로 특화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다. 옛 문화와 현대 문화가 어우러질 유당공원. 이팝나무 꽃이 한창 피는 요즘, 유당공원을 산책하면서 500년 전에 심은 고목들의 숨결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