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시장, 시도의원 등 광양지역 정치인들의 소속 정당이 서로 다른 까닭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당을 떠나 형식적이라도 모여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지만 서로가 각기 다른 행보를 하고 있어 ‘따로국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시장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이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국도비 확보와 세풍산단 개발, 도립미술관 건립, 예술고 건립 등 최근 급변하고 있는 지역 현안 등을 살펴보면 정치인들이 소통부재가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 우리 지역 정치인들의 정당 분포를 살펴보면 정인화 국회의원은 국민의당, 정현복 시장은 무소속, 도의원 3명은 민주당, 12명 시의원 중 민주당 10명, 국민의당(서영배) 1명, 민중연합당(백성호) 1명이다. 이렇게 정당이 서로 다르다보니 정인화 국회의원 당선 이후 국도비 확보를 위한 국회의원-시장-도의원 정책 간담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과거 이성웅 전 시장 시절에는 우윤근 의원과 이 전 시장이 정당이 달라도 공식적으로 정책 간담회를 열고 국도비 확보와 지역 현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논의했었다. 하지만 시장과 국회의원이 바뀌면서 정책 간담회는 실종되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정인화 의원이 당선자 시절 정현복 시장과 시의원들과 함께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당시는 당선자 시절인데다가 정 의원과 시의원들 사이에 상견례 성격이 짙어 진정한 정책 간담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도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그 마저도 반쪽 간담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이날 간담회를 제외하면 1년이 지나도록 국회의원과 시장, 시도의원들의 공식적인 만남은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현실로 나타난 ‘소통 부재’
이에 따른 소통 부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광양읍에 공공실버주택 2차 사업지 선정으로 광양시는 국비 122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에 광양시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공실버주택 사업지 선정 소식을 알렸다. 정인화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광양시와 정인화 의원 보도자료 어디에도 지자체와 국회의원이 협력해 국비를 확보하게 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마치 공공실버주택 선정이 광양시는 시에서, 정인화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는 국회의원이 국비를 확보한 것처럼 내용을 전달했을 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국비 확보에 있어 국회의원의 도움 없이는 국비 확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임에도 광양시는 정 의원에 대한 배려를 단 한 줄도 싣지 않았다. 정 의원의 보도자료 역시 정현복 시장의 노력이 함께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최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세풍산단 진입로를 지하차도에서 평면교차로로 검토하기로 광양시와 의견 조율을 마쳤다. 정현복 시장은 이낙연 도지사가 현장을 제대로 알고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며 전남도에 공을 돌렸다. 하지만 평면교차로 검토 배경에는 정인화 국회의원의 물밑작업도 상당했다.
정 의원은 경제청에 근무하면서 세풍산단 조성을 진두지휘 했던 까닭에 세풍산단에 대해 누구보다 훤히 알고 있다. 지하차도 개선을 위해 정 의원 나름대로 동분서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공은 광양시와 경제청으로 돌아갔을 뿐 정 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정인화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지하차도 개선 검토를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무진들이 경제청을 수없이 다니고 협의하며 국회의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도 이런 소식이 단 한 줄도 신문에 실려 있지 않아 정말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 사무실에서 이에 관한 보도자료는 배포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들은 그대로 묻히고 시와 경제청에게만 공이 돌아간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는 것이다.
정인화 의원, 지역 정치인들에게 손 내밀어야
정책 간담회가 실종된 상황에서 결국 정인화 국회의원이 먼저 손을 뻗어 지역 정치인들과 만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화 의원이 좀 더 보폭을 넓히고 정당을 떠나 지역 정치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A 도의원은 “시장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의 정당이 서로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지역으로서는 큰 손실”이라며 “국회의원이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굳이 시도의원이 먼저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행사장에서나 국회의원을 만나 인사하는 것 외에는 교류가 거의 없다”면서 “정당을 떠나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지역 정치인들이 함께 만나 논의하는 자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인화 국회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정당이 다르다보니 현실적으로 우리지역 시도의원들과 정책 간담회를 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윤근 의원 시절에는 시장님과 정당은 달랐지만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 대부분 한 정당 소속이어서 광양시와 주기적으로 정책 간담회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 지역 정당 현실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이 다른 정당 시도의원들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당장 한 달 후 대선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정당들이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정당이 서로 다른 정치인들이 만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대선이 끝나고 정부 정책도 바뀌면 거기에 따라 시장, 시도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