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국민 이기는 지도자는 없어”
“잊을 수 없는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국민 이기는 지도자는 없어”
  • 이성훈
  • 승인 2017.03.17 20:48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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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석 박근혜정권 퇴진 광양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 “촛불은 언제든 다시 켜질 것”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온 국민이 긴장한 채 TV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 역시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모니터를 응시했다. 탄핵될 것이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을 한 줄씩 읽어나갈 때마다 ‘혹시나?’하는 불안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21분“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이 권한대행의 주문을 끝으로 헌재 결정은 끝났다.

그동안 한겨울 칼바람에 맞서가며 매주 촛불을 켜고 민심을 알린 결과가 열매를 맺게 돼 누그러뜨렸던 감정이 한순간에 복받쳤다.

“고생한 보람이‘파면’한마디로 대신해주는구나!”

서광석 박근혜정권 퇴진 광양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 서광석 집행위원은 탄핵 선고 당시 심정에 대해“복잡미묘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최순실 국정논단이 국가를 파탄에 빠뜨리면서 박근혜 탄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허망함도 함께 따라왔다고 한다.

서 집행위원은“어쨌든 국민들이 우리나라 잘살게 만들어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커다란 비극”이라며“다행히 국민들이 이번에는 대통령을 탄핵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다시한번 마련한 것은 큰 성과다”고 평가했다.

서광석 집행위원은 매주 토요일 오후 중마동 23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온갖 행사를 도맡았다. 집회 홍보는 물론, 엠프 설치·사회·공연·기타 연주 등 1인 5역 이상을 소화해가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서 집행위원은“한겨울 맹추위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서로 격려해가며 어려움을 이겨냈다”면서“무엇보다 저희들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신 시민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칼바람 이겨낸 촛불, 시민들 격려가‘큰 힘’

광주에서 광양으로 이사온 지 7년 정도 되는 서광석 집행위원은 컨테이너부두에서 화물 트러일러 운전을 하고 있다. 부두 내 셔틀 운전이 그의 업무인데 화물연대 사무부장(상근)을 맡고 난 후 다시 현장에 복직했다. 그는 광주역과 전남도청 사이에 살고 있었는데 80년 5.18 당시 현장을 생생히 겪었다.

서 집행위원은“지금도 제가 목격했던 5.18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며“5.18이 제가 사회운동,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문예부에 가입하면서 문예활동으로 사회 운동을 하기 시작한 그는 대학에서 노래패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노래패에서 노래는 물론, 기타·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문화를 통해 우리나라 현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 집행위원은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다보니 대략 악기 열 개 정도 다룰 수 있는데 전문가 수준은 아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재주는 이번 19차례 촛불 집회에서 고스란히 활용됐다.

서광석 집행위원은“이번 촛불집회는 문화공연에 중점을 뒀다”면서“하지만 추운 날씨에 공연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기타를 쳐야 하는데 꽁꽁 언 손가락으로는 코드가 제대로 잡힐 리 없다. 특히 기타줄은 금속 재질이어서 더욱더 추위에 민감하다. 노래 한곡 연주하고 나면 다음 노래를 어떻게 연주할지 걱정이 될 정도로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할 때면 기운마저 빠졌다.

서 집행위원은“추운 날씨에 광장이 썰렁하면 아무래도 공연도 맥 빠질 것 아니겠느냐”며“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솔직히 있었지만 위원들이 서로 보듬고 격려하며 오로지 탄핵을 위해서는 끝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다시 힘을 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시민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서 집행위원에게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는 마음속으로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는“촛불집회 때문에 간혹 일찍 퇴근할 때도 있었는데 동료들이 흔쾌히 배려해주고 공연은 어땠는지 물어보는 직원들도 늘어났다”면서“탄핵 이후에는 동료들의 격려가 더욱더 늘어나 정말 고마웠다”고 기뻐했다.

촛불 집회는 지난 11일 19차로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서광석 집행위원은“박근혜 구속, 적폐 청산, 사드 배치 반대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많이 있다”면서“언제든지 촛불은 다시 켜지고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 집행위원은 토요일인 오는 25일 광양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국장에 취임한다. 그는“이제 출범 3년 된 광양평통사 기틀을 다지고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그동안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저희들에게 큰 힘을 보내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