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길을 걷다 <2> 동백 향기가 가득한 이곳 … 천년의 정기 이어받은 옥룡 ‘도선국사 천년숲길’
연중기획 - 길을 걷다 <2> 동백 향기가 가득한 이곳 … 천년의 정기 이어받은 옥룡 ‘도선국사 천년숲길’
  • 이성훈
  • 승인 2017.01.20 20:32
  • 호수 6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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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사지•운암사•사또약수•도선국사마을 … 가는 곳마다 볼거리 풍성

5년 전 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 길이 바로‘도선국사 천년숲길’이다.

이 길을 알게 된 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주말이면 자주 다녔다. 천년숲길의 매력은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은 데다 적당한 코스에 힘들만 하면 나타나는 평지길이 반복되면서 등산객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한다.

도선국사 천년숲길 코스는‘동백숲-옥룡사-백계산-금목재-백운산 휴양림’으로 총 길이는 약 6km이다. 휴양림에서 동백림 주차장까지 돌아오는 길을 감안하면 8km가까이 되는 제법 긴 둘레길이다. 등산 시간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로 잡으면 된다.

천년숲길 시작점에는 그 유명한 옥룡사지 동백숲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옥룡사지 주변에 수령 수백 년 이상 된 동백나무 7000여 그루가 있는 국내 최대 동백 군락지다.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됐으며 도선 국사가 옥룡사의 땅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동백꽃은 해마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동백숲을 조금 지나면 옥룡사지가 있다. 국가사적 제407호인 옥룡사지는 우리나라 불교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864~898) 머물면서 수백명의 제자를 양성하다 입적한 유서 깊은 유적지이다. 조선후기인 1878년 화재로 소실 폐사되었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바랄 뿐이다.

옥룡사지 입구에는 약수터가 있어서 이곳에서 물 한 모금 축이고 나면 둘레길을 본격적으로 탐방할 수 있다. 옥룡사지 건너편에는 운암사가 있는데 이곳에는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불상이 있어 그 크기와 위엄을 직접 실감할 수 있다.

둘레길 전체 코스 난이도는 정말로 걷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오르막길을 조금 걷다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면 평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길 곳곳에는 간이 쉼터가 있어서 자주 쉴수도 있다. 등산 초보들에게는 더없는 코스다. 금목재까지 가는 코스까지 둘레길은 오르막길과 평지가 번갈아가면서 등산객들에게 땀과 휴식을 골고루 나눠준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숲 향기가 가득

 

둘레길 1/4정도 오르막길에 가다보면 연리지 한그루가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연리지란 맞닿아 연이어진 가지로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요즘에는 남녀 간 사랑 혹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연리지 앞에는 발을 얹을 수 있는 돌도 있어 사진 찍기에 더더욱 안성맞춤이다. 연리지 바닥이 번들번들한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추억을 남겼으리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광양시가 연리지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런 곳에 이야기를 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곳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부부간 금슬이 더 좋아진다던지, 사랑이 더욱더 애틋해진다던지 하도록 말이다. 연리지 이름도 짓고 좀 더 욕심내면 여기에 전설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는 자연에 이야기라는 숨결을 불어넣으면 그것이 곧 문화와 관광이 된다.

백계산 정상 부근에 쉼터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 도착하면 둘레길 절반을 온 셈이다. 둘레길 전반은 오르막길과 평지가 번갈아 있지만 이곳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곳부터는 해가 잘 비치지 않기 때문에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이면 꼭 스틱을 가지고 등산하기를 권유한다.

금목재를 지나면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이곳 역시 습하고 경사가 있는데다 겨울철이면 낙엽이 가득 쌓여 있어 미끄러지기 쉽다. 빨리 걷는다고 누가 상주지 않으니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한참을 내려오면 계곡을 지나고 사방댐(토사의 유실이 심한 하천에 토사가 하류로 흘러내려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설치하는 댐)도 볼 수 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발 담그며 더위를 식히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종점인 백운산 휴양림에 도착해 휴양림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동백숲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다 도선국사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사또약수’터가 있다. 사또약수는 물맛 좋기로 유명해 물 받으러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사또약수 주변에는 손두부와 동동주, 파전, 칼국수를 파는 곳도 있고 약수터 주변으로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파는 간이 시장도 열린다.

마을 곳곳에는 차와 도자기, 염색 체험장이 있어 아이들 교육 체험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도선국사 천년숲길을 통해 동백숲과 옥룡사지의 정기를 느끼며 몸과 마음의 건강도 회복해보자.
 

*가는 길

자동차로 갈 경우 옥룡방향으로 들어간 다음 백운산 휴양림 쪽으로 가서 동백림 주차장에 도착하면 된다. 시내버스는 21번 버스가 광양교통에서 휴양림까지 운행한다. 광양교통에서 아침 6시 30분 첫 버스를 시작으로 8시 10분, 11시 20분, 14시 20분, 16시 40분에 출발하며 마지막 시간대는 토요일과 공휴일에 운행하지 않는다. 버스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버스 노선과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