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희 시집. y의 진술 중에서> 사 랑
<변영희 시집. y의 진술 중에서> 사 랑
  • 광양뉴스
  • 승인 2017.01.06 20:23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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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변영희

사       랑

詩. 변영희

소를 데리고 풀을 먹이러 간다.
느리게 풀을 먹던 소가 화들짝 달린다.
달려가는 소. 달아나는소.

 소를 잃을 거라는,
고삐를 잡을 수 없을 거라는
무섬증이 바람개비처럼 돈다.
넓적한 궁둥이를 흔들며 비웃음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가는 소.
통증 같은 서러운 마음에 울음이 터진다.
얼굴이 붉게 부푼다.

아침이다. 소의 털을 빗긴다.
윤기가 더해지는 녀석의 잔등
흐뭇한 마음이 졸음처럼 번진다.
소는 너무나 크고 소는 열 살이다.

안개 속으로 들어간 아이를 생각한다.
그 소는 지금 어떤 사랑에 빠졌을까.
돌아올 거야.
부유물처럼 떠다니는 믿음 끌어 당겨 손에 쥔다.
손가락이 펴질까 무섭다.

 정말 무섭다. 씨익 웃는 저,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