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경의 논술교실[78] <주장하는 글>
박옥경의 논술교실[78] <주장하는 글>
  • 광양뉴스
  • 승인 2016.11.25 20:24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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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 박옥경 (광양중진/벌교초등학교 방과후논술교사)

‘시튼 동물기’를 읽어보면 ‘동물들도 참 영리하고 지혜롭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미 여우 빅센의 이야기도 시튼 동물기에 들어 있는 것이에요.

이번 공개수업은 ‘어미 여우 빅센이 새끼를 일부러 죽인 것’에 대해서 주장하는 글쓰기를 했어요.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여러 가지 생각과 의견을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의견이 ‘어미가 새끼를 죽인 것이 옳다’라는 거였어요.

 한여진 학생은 본론에서 줄거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어미 여우 빅센의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썼어요. 주장하는 글의 형식을 잘 알고 짜임새 있게 썼네요. 멧돼지를 예로 든 것이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가요.

본론에서 상대방의 예상되는 반대 주장, 나의 재반론, 바람직한 해결책 제시, 구체적인 예, 경험 등을 생각하면서 쓰면 좋은 글이 되지요.

 책을 읽고 주장하는 글의 주제(논제)를 뽑아 짧게라도 써보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어미 여우 빅센이 새끼를 죽인 것은 옳다
 

광양중진초등학교 4-4 한여진

어미가 새끼를 죽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아무리 짐승이라도 새끼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미 여우 빅센은 새끼가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해서 새끼를 일부러 죽였다. 이것은 어미가 새끼를 고통에서 구하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빅센이 새끼를 죽인 것은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시튼의 친척 아저씨가 빅센의 남편인 스카이페이스를 죽이고, 새끼 여우도 모조리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시튼이 새끼 여우를 살려두어야 닭을 자꾸 물어가는 빅센을 잡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농장으로 데려 와 쇠사슬에 묶어 놓았다. 시튼은 새끼 여우가 불쌍해서 살려주고 싶었는데 결국은 어미 빅센이 새끼를 죽이게 한 일이 되었다. 쇠사슬은 아무리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 않고 사람에게 잡혀 있는 새끼는 결국 고통스럽게 죽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빅센은 쇠사슬을 끊으려고 계속 노력하면서 먹이를 가져다주다가 어느 날 독이 든 고기를 새끼에게 먹였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새끼를 죽이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빅센의 행동이 잔인하고 옳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쇠사슬에 매여 목이 자꾸 졸리고 사람의 감시를 받으면서 결국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쇠사슬을 끊어서 같이 탈출하거나, 시튼이 쇠사슬을 끌러 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빅센은 새끼를 죽이기로 했다.

가끔 멧돼지가 도시로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잡히는 뉴스를 본다. 만일 새끼 멧돼지가 총에 맞아 고통을 당하면서 묶여 있다면 어미 멧돼지는 새끼가 빨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빅센이 새끼를 죽인 것도 이처럼 새끼의 고통을 빨리 끝내주려는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어미 여우 빅센의 행동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