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영화제의 도시 부산을 찾았다. 때마침 광주비엔날레가 국제적인 행사로 열리고 있는 즈음에 같이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어 반가웠다.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주 무대는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이다.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 등 3개 행사가 통합되어 1998년에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열리고 있다.
이 무렵 부산시립미술관도 개관했다. 1998년 3월 부산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지하 2층, 지상 3층의 현대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16개의 전시실로 나누어진 6.321㎡의 넓은 전시공간과 160석 규모의 강당을 비롯하여 도서자료실, 어린이미술관, 야외조각공원, 아트샵,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광주와 다른 점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는 시립미술관만의 기획전시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광주의 경우 시립미술관이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다양한 국제전시나 수준 있는 작품전을 가져 시너지효과를 나타내는 것과 다르다.
현대미술의 거장‘이우환 공간’ 부산에 둥지
부산시립미술관은 올 9월 21일 6대 김영순 시립미술관장이 취임했다. 그가 지향하는 운영방안은‘글로벌 해양문화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시의 실질적인 문화자원으로 부산미술문화의 가치를 생산하고 확대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시립미술관 조각공원 부지 내 현대미술의 세계적 거장 이우환 작가의 전용 전시관인‘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을 2015년 4월 개관해 총 20여점의 조각, 회화가 상설 전시되어 부산의 새로운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우환 예술의 진수가 모여진 장소다. 그의 대표작들을 나열하는 보통의 전시관과 달리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공간과 작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함께 보여주려는 선생의 소망이 투영된 곳이다.
전면 유리와 콘크리트가 둘러싼 직육면체 건물 1층에는 <관계항-좁은문>, <물(物)과 언어> 등 8점의 작품이, 2층에는 점과 선을 이용한 선생의 대표적 회화작품인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 13점의 작품이 야외에 설치된 조각 작품들과 어우러져 있다.
선생은“부산의‘이우환 공간’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어 타 미술공간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보더라도‘이우환 공간’은 작가의 예술관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 할 것이다.
부산시는 100년 만에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주한미군의‘하야리아 캠프’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하고자 공원 내에 세계 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몇 차례 개인 미술관을 고사하던 작가는 중학교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인연과 부산시의 지속되는 뜻을 받아들여 작품 20여점을 기증하고 2013년 7월 부산시와 ‘이우환 공간’건립 협약을 맺었다.
이후 선생은 당초 부산시가 추진한 부산시민공원 대신 시립미술관 옆 고가도로의 병풍 역할을 자임하며 시립미술관 앞뜰을‘이우환 공간’입지로 선정하고 전시장 기본설계까지 직접 진행했다.
건립기간 동안 세 차례 현장을 방문해 건물 높이와 공간 구성을 비롯하여 마감재, 조명, 집기에 이르기까지 세부 설계와 작품 한 점 한 점의 섬세한 설치에 무한한 열정을 담아냈다.
이렇듯 거장의 열정과 부산시민의 여망을 담아 사업추진 5년 만인 2015년 4월 10일 일본 나오시마‘이우환 미술관’(2010년 개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개인 미술관인‘이우환 공간’으로 개관하였다.
총사업비 47.2억원(국비 18억원, 시비 29.2억원), 연면적 1,400.83㎡(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시공간은 1층과 2층이다.
바다미술제와 부산비엔날레의 장
부산시립미술관은 바다미술제와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미술제는 1987년 88서울올림픽의 프레올림픽 문화행사의 하나로 시작됐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해수욕장을 주요 개최 장소로 활용하면서 대중적이고 특색 있는 야외전시를 지향하며 매년 개최됐다. 해양을 배경으로 하는 바다미술제는 지역의 자연환경 및 여건을 반영한 부산 미술의 독자적이고 특성화된 행사로 성장했다.
바다미술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비엔날레 행사에 통합·개최됐지만 독자적인 문화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하여 2011년에 부산비엔날레로부터 분리하여 홀수 해마다 부산 곳곳의 해수욕장 등에서 독립적으로 바다미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바다미술제만이 가지고 있는 대중 친화적 요소와 소통성은 이른바 공공미술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보다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동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부산비엔날레는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부산비엔날레 출범 당시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특히 조각심포지엄의 결과로서 남겨진 작품들은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시민들과의 문화적 소통에 기여한 공공미술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었다.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인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태동으로부터 36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며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접근성과 관광 인프라, 넓은 어린이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은 해운대구에 위치하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벡스코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다양한 버스 노선이 운행되고 있었으며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 역이 있어 부산 지리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찾아가기 쉬웠다.
특히 부산시립미술관은 인근에 해운대 해안, 벡스코, 센텀시티 등이 있어 공연이나 전시회 관람, 쇼핑 등 다양한 관광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지하 1층의 대부분을 어린이미술관으로 활용하면서 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술 전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였다.
이에 반해 부산비엔날레, 부산미술제 등이 운영되는 기간에는 어린이미술관을 제외한 미술관 운영이 중단돼 시립미술관만의 소장작품이나 기획전을 만날 수 없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인서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