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연극이 꽃을 피우려면 아이들을 키워야해요”
“광양에서 연극이 꽃을 피우려면 아이들을 키워야해요”
  • 김보라
  • 승인 2016.07.08 21:34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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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인 한국연극협회 광양시지부장, 극단 ‘백운무대’ 대표
김호인 한국연극협회 광양시지부장, 극단 ‘백운무대’ 대표

지역 내 유일무이한 연극단 ‘백운무대’. ‘백운무대’는 30여년전 포항제철소 사우 동아리 연극단 ‘예맥’활동가들이 터전을 광양으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처음 ‘민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2000년도 쯤‘백운무대’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현재 극단 정식 등록회원만 30여명, 가족까지 다하면 100여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 포스코 직원들로 구성된 ‘백운무대’에 외부인으로 들어가 벌써 20여년째 활동하며 이제는 극단 대표이자 한국연극협회 광양시지부장까지 맡고 있는 김호인씨. 그의 첫 연극 인생 시작은 1998년도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동아리 가입을 제안 받으면서부터였다.
 
“학예회 했던 경험있으니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가입했죠, 그런데 얼떨결에 주연을 맡게 된거에요. 연기의 ‘연’자도 모르면서, 당시를 떠올리면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했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관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에요.”

일반인들이 연극에 대한 열정하나로 뭉친 순수 동호회였기 때문에 극단 ‘백운무대’도 김호인 지부장처럼 초창기에는 다른 지역의 극단에 비해 실력이 한참이나 모자라 설움을 많이 당했었다고 한다.
 
계속 공연과 연습을 이어나가는 전문 극단과는 달리 동호회기에 일 년에 한번 백운아트홀의 정기공연과 전남연극제만 준비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 하지만 이들은 매년 사비를 출연해 연기지도 선생님을 모셔서 한 달간 특별과외를 받아가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그 결과 전남연극제 대상을 받고 순수 창작극‘배달의 기수’로 전국연극제에도 출전하는 등 전남 지역 극단 가운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실력자로 거듭나게 됐다. 극에 따라 외부에서 배우초빙해서 연극제에 나오는 타 극단과 달리 백운무대는 거의 외부영입 없이 순수하게 자체 내에서 소화해내기 때문에 자부심도 남다르다.

“직장인이 많다보니 경제적으로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연극에 열정을 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을 못 내서 그렇지 한번 뭉치면 작품이 뚝딱 나와요. 대본만 봐도 20년 이상 호흡을 맞추다보니 연출이 일일이 말하지 않고 캐릭터만 알려주면 구성과 그림이 나와요.”

‘백운무대’는 보통 11월이나 12월 작품을 선정한 후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연출가를 찾고 계약한다. 그 후 작품 리딩과 캐스팅을 거쳐 1월쯤 연습에 들어가 4,5월 공연을 한다. 올해는 16년 만에 전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아 다음 달 전국연극제에 출전한다.

특히 오는 23일에는 창단 이래 최초로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날을 있게 해준 ‘예맥’에게 극단 ‘백운무대’의 성장을 보여드리는 자리기 때문에 회원들은 기분 좋게 사비를 털어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백운무대’와 김호인 지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연극 저변 활성화를 위한 청소년 연극 교육’이다. 이들은 벌써 16회째 시 보조금을 받아 ‘청소년 연극교실과 연극제’를 주최하고 있다. 학교에서 연극자체를 반기지 않아 청소년 사업 초기에는 참여도도 낮았다.
 
“전임이신 김종화 지부장이 엄청 고생하셨죠. 1년에 한 개 학교씩 찾아가서 무료로 가르치다 보니 3군데 학교에서 동아리가 생겼어요. 이 아이들을 경연을 시켜 대표를 뽑아 전남연극제에 내보냈죠. 현재는 연극 동아리를 운영중인 학교가 6개에요.”
 
매년 5월쯤이면 외부에서 교수를 초청해 무대 엑팅, 매너, 발성, 무언 등을 교육하는 청소년 연극교실을 운영한다. 마지막날 하루 워크숍을 통해 평가내리고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연극교실 끝나고 15일에서 한달 이내에 청소년연극제를 열어 올해 전남 청소년 연극제에 나갈 대표를 가린다.


“이번에 전남 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광양여고 연극부 ‘아랑’의 작품 ‘또랑’, 연출 맡은 최보람 교수가 제1회 청소년연극제 출신이다. 관련 학과 가서 유학 후 백제예술대에 출강하고 있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키워낸 연극 인재다. 최 교수 외에도 연극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은 틈 나는대로 연락하고 들러서 작품할 때 도와주고 참여하며 또 소중한 관객이 된다. 이게 우리가 청소년 연극 교육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다.”
 
김호인 지부장은 연극에 대한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백운 아트홀은 연극하기에 너무 크지만 여기 외에는 공연할 만한 곳이 없어요. 읍의 문예회관은 접근성이 안 좋아 관객 수가 너무 떨어져요. 중마동 쪽에 문예회관 정도의 시설이 생긴다면 좋겠는데, 장기적으로 소극장을 하나 만들어버릴까도 구상중입니다.”

출연진이 개런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백운무대’. 시 보조금과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한다. 공연 끝나면 기름값이라도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가장 미안하다는 김 지부장.

그는 마지막으로 “연극의 열정만으로 뭉친 단원들에게 항상 고맙다”면서 “더 많은 분들이 공연을 감상하러 오시길 바라며 백운무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연극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찾아와 문을 두드려 달라”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