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놓은 밥상 떠먹지도 못하는 광양시 공무원
차려놓은 밥상 떠먹지도 못하는 광양시 공무원
  • 김보라
  • 승인 2016.07.01 20:23
  • 호수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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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

밥상차려 숟가락까지 쥐어줬다. 떠먹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입으로 안가고 자꾸 샌다. 3살짜리 아이들도 숟가락만 쥐어주면 잘만 떠먹는데, 다 큰 성인들이 말이다. 지난 29일 열린 광양시의 ‘콘텐츠시티 기반 조성을 위한 용역 최종 보고회’를 보고 난 소감이다.

광양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콘텐츠시티 기반 조성 용역’은 미래 융합의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 조합의 콘텐츠를 발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문화ㆍ관광 상품화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화려한 수식어에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쉽게 말해 광양이 현재 갖고 있는 문화, 관광 자산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고 분석해 스토리텔링과 가치 부여를 통해 관광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 광양을 샅샅이 뒤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발굴한 아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용역이다.


예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635호, 2015년 10월 23일자 참조)’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얘기했듯 “반짝이는 구슬들을 많이 가진 광양이 구슬을 잘 꿰어 맞추면 ‘관광’산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생각과 이번 용역이 같은 선상에 놓인 듯해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은 시큰둥했다. 최종보고회에는 관광과, 도로과, 홍보과, 도시개발과 등 광양시 주요부서 과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장 진행되고 있는 정책사업에 접목시킬 만한 아이디어가 흘러 넘쳤는데도, 질문 있느냐는 정현복 시장의 말에 신태욱 부시장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이 묵묵부답이었다.


보다 못한 정 시장은 한 공무원을 지명했고, 그는 “현재 용역에 일부 포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히려 시설물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목받은 또 다른 공무원 역시 용역 내용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보다는 “등산로에 60억짜리 구름다리 같은 걸 건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돈 안들이고도 있는 자원을 활용해 재밌는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1시간 넘게 설명했는데, 공무원들이 엉뚱한 소리를 뻥뻥해대니 얼마나 답답할 노릇인가. 보다 못한 정현복 시장이 용역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관련 부서별로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하나씩 꼽아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정 시장은 “모든 실과에서 하는 사업에 이번 용역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면서 “한꺼번에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조각퍼즐 마치듯, 각 과의 사업을 하나둘 모아보면 전체가 실현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를테면 광양읍 도시재생사업을 담당하는 도시과에는 우산공원 일원을 몽마르뜨 언덕과 접목시켜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윤동주 기념관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 관광과에는 구봉산과 배알도까지 어우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는 등의 지시였다.


용역을 진행한 담당자는 최종보고회를 마치며, 보고회를 진행할 때마다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나 역시도 지금 당장 써먹어도 좋을 훌륭한 콘텐츠가 너무 많은데 아직도‘시설과 예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좁은 시각이 안타깝기만 했다.


정 시장은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인 10월까지 각 과별로 장, 단기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과연 공무원들이 코앞에 놓인 빛나는 구슬들을 꿰맞춰 예쁜 보석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물 안을 벗어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