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을 발명에 담아 인생을 가르치는 ‘발명 대장’
정직함을 발명에 담아 인생을 가르치는 ‘발명 대장’
  • 김보라
  • 승인 2016.04.29 19:57
  • 호수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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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광양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 유경종 선생님
전라남도 광양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 유경종 선생님

“발명, 그리고 과학의 발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광영초등학교 안에 있는 광양 발명교육센터에서 만난 그는 인자하면서도 강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본래 초등학교 교사였던 유경종 선생님은 13년 전 우연히 발명 교육에 발을 들인 후 목포에 이어 광양 발명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전남지역 발명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발명교육센터는 방과 후 시간에 초3~고등학생, 성인들에게 무상으로 발명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곳으로 2013년에 개관한 이후 총 79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2015년에는 맞춤형 발명특허교육을 통해 62건의 발명 특허가 출원됐으며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특허를 획득한 경우도 있다.

공구와 각종 재료의 특성과 사용법을 알려주고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공동으로 과제를 해결해 결과물을 창출하는 교육을 주로 진행하지만 발명은 답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서 교육하면 안 된다는 게 유경종 선생님의 교육철학이다.

“컵의 손잡이를 보세요. 꼭 오른쪽에만 있어야 할까요? 왼쪽에 있으면 왼손잡이를 위한 컵이 되고 반만 있으면 벽에 걸 수 있는 컵이 되죠, 이게 바로 발명이랍니다”

발명 교육은 창의력 증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인성 교육부터 모든 교육의 기반이 된다. 유 선생님은‘발명은 불편함을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창조물을 내는 것, 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 설명했다.

이로 인해 외골수적인 학생을 기르지 않고 아이들에게 남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게 발명 교육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작고 하찮은 아이디어라도, 센터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도저히 안 되면 3D프린터를 사용해서라도 아이들이 꿈꾸고 상상한 것을 현실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유 선생님은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면 20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 이유는 억지로 주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뭐든지 아이들이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체험이 많으며 이론이 필요하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학이나 발명의 기본 덕목인 정직과 신뢰에 대한 교육만큼은 철저히 한다.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형용사를 쓰지 않는, 사실에 바탕을 둔 보고서 쓰기를 강조한다. 이게 논문이나 특허 출원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유선생님이 특허출원한 한붓그리기 놀이기구

그는 “아이들이 때론 어른들보다 더욱 훌륭한 생각을 할 때도 많다”면서 “요즘 너무 결과 만을 빠르게 요구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교육은 인풋, 아웃풋 개념이 아니기에 기다리면 언젠가는 훌륭한 결과물을 들고 올 것”이라며 사고력은 개발할수록 새로운 게 나오기 때문에 5년 정도는 꾸준히 훈련을 받을 것을 권했다.

전인교육으로 아이들의 삶을 이끌어준 덕분인지 유 선생님의 제자들은 대부분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인으로 반듯하게 자랐다고 한다.

유 선생님은 “사실 공부를 엄청 잘한다거나 영재라고 불리는 친구들은 도와주지 않아도 다들 제 갈 길을 가지만, 중간 단계의 친구들이나 방황하는 아이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면서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 정도로 거친 아이가 있었는데 나와 발명하며 ‘놀다보니’ 어느새 인생의 목표가 생겨 과학고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명진흥법에 따라 발명 교육과 성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게 되면서 내신 등급이 낮은 아이들이 수시를 통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발명 교육에 열정을 쏟다보니 정작 유 선생님은 출퇴근할 여유조차 없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관사에서 지내며 날마다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미있기에 힘든 줄 모른다”며 웃어보였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함으로써 삶을 영위하는 행복을 아는 아이들이 되어서 베푸는 삶, 더불어 사는 성인으로 자라게끔 하고 싶다”는 유경종 선생님은 오늘도 아이들과 놀며, 그들의 성장을 묵묵히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