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린 영화‘동주’가 개봉됐다. 영화‘동주’는 광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보관했던 장소가‘광양’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시인의 유고가 발견된 정병욱 가옥은 진월면 선소리에 있다. 1925년 건립된 전형적인 근대 상가 주택으로서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등록돼 보존하고 있다. 영화가 얼마나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흥행 여부를 떠나 윤동주와 광양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영화‘동주’의 개봉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명량’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명량’은 우리나라 영화사상 1700만명이라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광양시는‘명량’의 흥행과 반대로 홍보 대책이 전무해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명량’70% 이상을 광양에서 촬영했으면서 정작 이에 대한 관광효과는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트장도 모두 철거하고‘명량’을 촬영했던 흔적은 말끔히 없어지고 말았다. 뒷북으로 내놓은 대책이 중마동 해양공원에 설치한 명량 포토존이다. 이곳에는 촬영현장 스틸컷, 주요스토리 등 홍보판과 주요 인물들의 사진을 걸고 관광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임기응변식으로 설치한 명량 포토존이 관광 명소화가 될 리는 없다.
지금도‘명량’포토존을 가보면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빛바랜 사진들만 덩그러니 남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동주’는‘명량’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광양시의 영화 지원도 없었고 이곳에서 촬영도 하지 않았지만 윤동주와 광양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시인의 유고를 정병욱 교수의 가옥에 보관하지 않았던 들, 주옥같은 작품들이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가치가 있기 때문에 광양시도 유고가 보관된 가옥을 등록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다. 광양신문도 이에 맞춰 해마다 윤동주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면서 시인과 광양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광양시는 영화‘동주’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는 올해의 책으로 안소영 작가의 소설‘시인 동주’를 선정했다. 영화 개봉과 맞물려 이런 기획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노력들이 광양과 윤동주 시인의 인연을 알리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광양시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도 영화‘동주’와 광양을 연결시키며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부족하다. 영화를 활용해 좀더 적극적으로 전국에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는 3월이면 매화축제가 열린다. 또한 광양사랑일등시민강좌도 올해 계획되어 있을 것이다.
매화축제에 맞춰 이준익 감독을 초청, 유고가 보관된 가옥을 알려주거나 일등시민강좌에 초청해 영화 제작 과정 등을 들어보는 것도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준익 감독이 광양에 온다면 자연스럽게 언론에 노출되고‘윤동주 시인과 광양’과의 인연이 전국 언론을 통해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해남, 진도 등은‘명량’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 쏠쏠한 재미를 봤다. 경제적인 효과를 떠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광양은 이러한 마케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야 한다.
영화‘동주’개봉을 계기로 포털 사이트에‘윤동주’를 검색하면 최소한‘윤동주 광양’이라는 검색어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홍보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