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삶의 원천”
“소리,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삶의 원천”
  • 이성훈
  • 승인 2015.12.04 21:10
  • 호수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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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 노인부 대상 수상 한두재 어르신

 90이 넘어도 여전히 정정하다. 매일 동네 이발소부와 경로당을 오가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어르신의 건강배경에는 판소리가 있다.

소리는 어르신에게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이자 삶 그 자체였다.

 아버지의 반대로 소리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되돌아보니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90이 넘은 고령이지만 여전히 소리를 읊으며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만 하다.

 태인동에 살고 있는 한두재 어르신이 지난 달 29일 (사)한국국악협회 순천지부가 주최한 제4회 국장 박초월 순천전국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노인부 대상을 수상했다.

 내년이면 93세인 어르신은 “아직까지 제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기쁘다”며“연말에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두재 어르신은 진월이 고향이다. 태어난 후 진상에서 살다가 19세에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다. 22살 해방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와 65년부터 태인동에서 살고 있다. 소리 공부는 어렸을 때부터 했다.

13살 때 서당을 다니면서 소리를 접한 어르신은 아버지의 반대로 제대로 소리를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어르신은 남해성 명창의 아버지께 소리 테스트를 받았다. 쑥대머리를 불렀는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어르신은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꿈을 키울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번 마음에 품었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르신은 틈틈이 소리꾼을 찾아다니며 알음알음 소리 공부에 매진했다.

 임방울ㆍ송만갑 선생의 테이프를 수없이 듣고 연습에 매진했다. 어르신은“소리가 나와 맞았는지 한 두 번 들으면 희한하게 외워졌다”며 “전국으로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부지런히 발품 팔고 익혔던 소리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은 물론, 백운약수제에서 최우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전국 노래자랑에서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두 달 전에는 제17회 고흥동초 김연수 전국 판소리대회에서 고령부 장려상을, 9월엔 순천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노인부 대상, 지난해 제36회 남도국악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어르신은“90평생을 살면서 소리와 인연을 맺은 것이 내 인생의 커다란 행복이었다”면서“지금도 잠들기 소리를 읊으며 까먹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연습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르신은 춘향가 중에서‘이별가’를 즐겨 부른다. 애절한 이별가가 어르신에게 꼭 맞는다고 한다.

 어르신은 내년 3월에 남해성 판소리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는“상을 받으면 더욱 좋지만 대회에 참가해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대회 준비를 착실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두재 어르신은 끝으로­­“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젊은이들도 우리 소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