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선 분들 위로하려면, 우리가 먼저 밝고 씩씩해야죠.”
“벼랑 끝에선 분들 위로하려면, 우리가 먼저 밝고 씩씩해야죠.”
  • 김보라
  • 승인 2015.11.09 11:17
  • 호수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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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사회복지행정연구회’ 한진영 대표 광영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주무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회복지공무원들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도움이 절실한 시민들 옆에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이것만으로도 벌써 진이 빠지는데 책상에 켜켜이 쌓인 행정문서와 악성민원들이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광양시청에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은 56명,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상처받은 그들이 ‘사회복지행정연구회’라는 모임을 통해 스스로 치유에 나서고 있다.

  한진영 광영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주무관은 사회복지행정연구회 대표다.

  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사회복지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기도 하지만 이에 앞서 사회복지공무원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고통을 나누고 힘을 실어주는 심리 치유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진영 주무관은 “사회복지 업무는 특성상 심층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인력은 부족하고, 행정업무에 치이다 보니 여력이 닿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복지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속상하고, 악성민원이라도 제기되면 회의감 마저 들때도 있지만 우리가 있어 다시 힘을 내시는 모습을 보는 맛에 중독돼 그만두지도 못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특히“전화로 자살할거다, 아이 고아원에 맡기고 떠나련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면서“이들은 정말 인생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인데, 열일 제치고 달려가 상담하고 다시 잘 사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경제적, 사회적 고립 상태에 처한 약자들은 무기력함, 우울, 알콜중독 등의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제일 큰 역할이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무원도 사람이다. 매번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보면 감정이 전이돼 저도 모르게 동조현상을 겪는다.

  가끔 술에 취한 민원인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듯 죽일 듯 달려들면 여성이 대다수인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며 불안함에 벌벌 떨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이 모든 걸 참아내야 한다.

  무조건 인내하고 감싸주는 것, 사회가 사회복지공무원들에 요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심리치유가 절실하다.

  한 주무관은“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연수회나 워크숍 등을 통해 심리적인 면을 지속적으로 다독여주는 자리가 더욱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며“시민들이 우리를 좀 더 너그럽게 바라봐주시고 이웃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주시면 복지 서비스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