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시 SNS 홍보 캐릭터 매돌이 인형 체험기 ◈ 인형 쓰자마자 땀범벅, 눈 따갑고 안보이고 …“내가 이걸 왜 했을까?”
◈ 광양시 SNS 홍보 캐릭터 매돌이 인형 체험기 ◈ 인형 쓰자마자 땀범벅, 눈 따갑고 안보이고 …“내가 이걸 왜 했을까?”
  • 이성훈
  • 승인 2015.11.09 10:00
  • 호수 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들“인형안에 누가 있지?”만져보고 사진찍고‘즐거운’웃음 가득
인형체험이 끝난 후. 왼쪽부터 신나라ㆍ김성근 주무관, 기자, 이은미 미디어팀장

“정말 인형을 쓰고 홍보할 수 있겠어요? 얼마 못가 쓰러질 텐데…”
광양신문 창간 16주년을 구상하던 중 광양시 카카오스토리를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광양시 SNS 홍보 캐릭터인 매향이ㆍ매돌이 인형을 체험해보면 재밌는 기사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후 SNS 홍보를 하고 있는 문화홍보소통담당관실 미디어팀에 연락해 일정을 잡으면서 매돌이 인형과 악연(?)이 시작됐다.

이리저리 스케줄을 잡으면서 제14회 광양숯불구이축제때 체험을 해보자는 제안에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인형체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행사장 여기저기 다니면서 관광객들과 사진찍고 함께 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인형체험을 1박 2일 하겠다”고 자신있게 약속했다.

미디어팀 신나라 주무관은“1박 2일? 힘들어서 못할텐데요?”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이왕 하는 것, 시민의 날에 그 정도는 해야지…”자신 있게 대답은 했지만 미디어팀의 만류로 일단 10월 8일 오후 광양숯불구이축제 행사장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렇게 고통의 한 시간이 시작됐다.

숯불구이축제 행사장에서 경찰과 함께. 왼쪽 매돌이가 기자, 매향이는 김성근 주무관

솜털 바지 입고 인형 써보니…

10월 8일 오후 3시쯤 행사장에서 만나 이은미 미디어팀장과 김성근ㆍ신나라 주무관과 함께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동선을 짤 때 까지도 인형체험에 대한 기대는 머릿속에 가득 찼다. ‘아이들과 사진 찍고 어르신들 앞에서 춤추고, 아는 사람 보면 어떻게 해야 하지?’이윽고 반바지와 러닝 차림에 우선 솜털 바지를 입었다.

아뿔사! 두께가 약 1cm 정도 되어 보이는 두툼한 솜털 바지를 입는 순간, 갑자기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얼굴과 몸통을 모두 덮는 거대한 매돌이 인형을 쓰니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그것 역시 시작일 뿐이었다.

당시 기온은 반팔을 입어도 싸늘하지 않은 날씨였는데 매돌이 인형을 쓰니 정확히 1분 만에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인형 안 공기는 바깥과 제대로 통하지 않고 두 손 모두 인형 밖으로 돌출된 장갑을 끼어야 하기 때문에 두 손을 마음대로 뺄 수 없다. 인형 눈과 사람 눈과의 초점도 서로 맞지 않아 누군가가 앞에서 인형을 인도해줘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얼굴과 온몸은 벌써 땀으로 뒤덮이고 가장 힘든 것은 눈을 찌르는 짭짤한 땀이었다. 땀을 닦을 수 없으니 땀은 눈을 덮고 얼굴 온 몸을 휘감았다. 인형을 쓰는 동안에 물은 당연히 못 마시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말도 하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상상력을 주는 캐릭터 인형이기에 말을 하면 그 신비로움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 주무관은 예쁜 여자 한복에 매향이 인형을 얼굴에 쓰고, 우리 둘은 그렇게 이은미 팀장과 신나라 주무관의 인도를 받으며 행사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캐릭터 인형 속에 누가 들어있는지 가장 궁금해 한다.

“안에 누구야?”신기해하는 아이들

매향이ㆍ매돌이 인형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이다. 행사장 곳곳에 놀러온 아이들은 우리들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벼운 손찌검은 물론, 인형 안에 누가 들어있는지 보려고 눈을 인형 가까이 대는 어린이들이 정말 많았다. 손도 넣어보고 귀엽다며 여기저기 쓰다듬는 어린이들로 인해 제대로 지나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린이들은 두 인형과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인형 주위를 에워싸는 등 인기를 실감했다.

엄마와 함께 유모차를 타고 나온 아기들은 인형이 신기한지 계속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기도 했다. 한두 잔 걸치고 거나하게 취한 어르신들도 매돌이ㆍ매향이 인형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인형 안에서는 땀과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져 곧 쓰러질 것 같은데 캐릭터 인형을 보면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니 체험한 보람이 저절로 느껴진다.

계단을 내려 갈 때는 시야가 좁고 가려있기 때문에 한발 한발 인도자가 얘기해주는 대로 내려가야 한다.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잠시나마 시각장애인의 불편에 대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무대장 앞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댄스 대회가 한창이다. 여전히 아이들은 졸졸졸 따라다니고 이은미 팀장이 무대 사이에서 매향이·매돌이가 춤을 추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서 인형의 장점이 나온다. 인형을 쓴 까닭에 아무도 못 알아본 것이 춤추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복면가왕’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용기 있게 아무데서나 사람들을 붙잡고 사진을 찍고 맨 정신으로 마음껏 춤 출수 있었던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형 안에서는 눈을 찌르는 땀과 탁한 공기,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언제 끝나나~’하는 생각이 간절했다.‘아~물 한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1박 2일 했다면…기절 했을 듯

약 40여 분간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드디어 인형을 벗었다. 땀에 쩔은 인형과 두꺼운 바지를 벗고 나니 시원한 공기가 온 몸을 뒤덮기 시작한다. 물부터 찾았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생각해보니 캐릭터 인형 체험을 1박 2일 하자고 조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사실 몇 시간 더 해보려고 했으나 행사장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체험을 마쳐야 했다. 주위에서 만류하고 기자 역시 다시 쓸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신나라 주무관이“1박 2일은 커녕, 몇 시간 쓰는 것도 힘들다”는 조언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아마 1박 2일 고집했다면 기자 체면상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체험을 다했다면 병원에 실려 갔을 것이라는 상상을 어렴풋이 해본다.  

캐릭터 인형의 가장 큰 손님은 아이들이다.

‘매향이·매돌이’많이 사랑해주세요
 
광양시 SNS 홍보 캐릭터 인형인 매향이ㆍ매돌이는 지난 7월부터 선보였다. 그동안 문화관광과 창고에 있던 인형을 현재 홍보소통담당관실 미디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성근 주무관이 캐릭터 인형을 활용해 SNS를 홍보하자고 제안, 햇빛을 보게 됐다.

매향이ㆍ매돌이는 김성근ㆍ신나라 주무관이 쓰고 홍보활동을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캐릭터 인형이 몇월부터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한참 뜨거울 때인 7월부터다. 캐릭터 인형은 7월 인도영화축제를 시작해 제헌절 태극기 달기, 여권 야간 민원실, 폭염 경보 발령 알리기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20차례 이상 행사 곳곳을 누볐다.

이은미 팀장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고 알려야 할 곳을 정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뜨거웠던 7~8월에는 인형을 쓰고 백운산 4대 계곡을 돌아다니며 피서객들에게 광양을 홍보하기도 했다. 김성근 주무관은“정말 더웠을 때 했던 경험이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아찔하고 짜릿한 경험이었지만 피서객들이 매돌이 인형을 잘 반겨줘서 큰 보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의 홍보 활동은 광양시 카카오스토리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노력 덕택에 광양시 카카오스토리는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광양시를 더욱더 많이 알리게 됐다. 신나라 주무관은 “캐릭터 인형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공연, 행사, 공지 사항 등을 예쁘게 편집해서‘카스’에 올리고 있다”며“많은 시민들이 ‘광양시 카스’와 친구를 맺어주고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미 팀장은 “행사장에서 매향이·매돌이를 만나면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며“카스도 그냥 눈으로만 보지 말고‘좋아요’를 꾹 눌러주면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격려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