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시가 진행한 녹지형 중앙분리대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시민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8월말부터 중마동 시청 앞 802m 구간과 중마 터널 147m 구간의 중앙분리대를 화단으로 꾸미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민선 6기 ‘1000만그루 나무심기’ 공약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시는 총 사업비 3억1400만원을 들여 기존의 중앙분리대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만들어 홍가시 198본, 꽃잔디 5300본을 심었다.
본래 중앙분리대는 중앙선 침범을 막고 야간 대형차량의 전조등으로 인한 눈부심과 유턴 및 보행자 무단횡단을 방지하는 한편 충돌 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시가 이번에 설치한 녹지형 중앙분리대는 차량운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보행자 안전도 지키지 못하면서 중앙분리대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로인해 ‘시민 안전을 볼모로 보기 좋게 분칠만 했다’는 조소마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좁아진 차로폭이다.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차로의 최소 폭은 시속60km미만의 도로일 경우 3m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소형자동차(2m)와 대형 및 트레일러(2.5m)의 폭을 고려해 안전 운전이 가능하도록 정해놓은 기준이다.
실제 중마 터널 앞 도로의 폭을 측정한 결과 화단 설치 전 중앙분리대 공간은 60cm였으며 1, 2차선의 폭은 3m이었다. 3차선의 폭은 2.6m였지만 갓길에 60cm정도 여유공간이 있어 규정에 들어맞았다.
그러나 1.5m 폭의 화단이 설치되면서 양방향 1차선 폭이 40cm정도씩 줄어 2.6m 정도가 됐다. 여기에 3차선은 불법주정차량들이 점령하고 있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보였다.
이에 대해 시는 50cm정도 여분이 있는 갓길을 이용해 도로폭을 조정할 방침이지만 전체적으로 도로폭이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중마터널 앞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시속 30km이하의 구간이기 때문에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의 예외규정에 따라 2.75m를 최저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설계 과정에서부터 규정을 따져보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한 승용차 운전자는 “가운데 화단 때문에 차로가 좁아져 옆에 경차가 지나가는 데도 부딪힐까봐 조마조마했다”면서 “우리 지역은 대형차 운행이 잦은데 옆에 큰차라도 지나가면 무서워서 운전하는데 위축될 판”이라고 말했다.
또 화단이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여기에 화단에 심어진 나무 사이의 간격이 5m 이상이 되다보니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기능도 수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마시청과 초등학교와 학원 인근인 중마터널은 민원인들과 학생들의 통행량이 많고 횡단보도 간격이 멀어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중앙분리대의 경우 넘어가기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화단은 나무 사이를 통해 넘나들기 쉬워 실제 무단횡단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무단횡단은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면서 “무단횡단 방지를 위해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