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매개로 따뜻한 경찰 이미지 알린다
‘시’를 매개로 따뜻한 경찰 이미지 알린다
  • 김보라
  • 승인 2015.10.16 19:21
  • 호수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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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경찰서 정보보안과 이천석 경위
광양경찰서 정보보안과 이천석 경위

오는 21일은 제70주년 경찰의 날이다. 시민들 곁에서 궂은 일에도 앞장서는 경찰이지만 오늘날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많은 듯하다.

‘권위적이고 딱딱하고 무섭다’
광양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 이천석 경위는 이런 이미지를‘시’라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변화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올해로 23년째 경찰 생활을 하고 있는 이 경위는 2008년부터 성황도서관 문학동아리 ‘글님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시제를 정해 시를 쓰는데, 이 경위는 특히 경찰들이 마주하는 특별한 상황과 감정들을 담아 경찰들의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미를 시 속에 담아낸다. 여지껏 쓴 시만도 300여편.

그간 여러 편들이 문학상도 받고 신문 등에도 소개됐지만, 올 4월 셋째주 손이라는 시제를 받아 쓴‘지문(指紋)으로 열다’는 지난 5일 열린‘제16회 경찰문화대전’에서 당당히 금상을 차지했다. ‘지문(指紋)으로 열다’는 이 경위가 진월파출소에 근무할 때 변사현장에서 부패가 심한 사체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과학수사대원들이 지문을 채취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한 작품이다.

녹록지 않은 경찰 생활에도 이 경위가 섬세한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던 정겨운 추억들이 있어서다.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 경위는 장흥에서 함께 나고 자란 이대흠 시인과도 매달 만나 문학활동을 함께 한다.

순찰을 돌며 마주한 광양의 멋진 풍광들이 소중한 시의 재료가 된다는 그는 “경찰에 대해 뭐라 말해도 시민들이 극한 상황에서는 경찰을 제일 먼저 부르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의 직업의식과 사명감으로 지나가는 노인 다시한번 쳐다보게 되고, 이 노인이 치매에 걸렸음을 발견하고 집을 찾아주기도 할 수 있다는 이 경위는 “악성민원과 모욕적인 언행, 폭력 등으로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의 잘못이 제복의 특수성 때문에 집단 전체의 잘못인듯 폄하되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직의 사기 저하 문제도 있지만 우리도 사람이기에 그 이면에는 따뜻함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문(指紋)으로 열다

                                                   글/이천석

봄볕이 남자의 깊은 잠을 토닥이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비가 피와 살을 지우고 있는
신분세탁 중인 몸뚱이
호주머니에 있던 유서는 너무 울어 읽을 수 없고
신발 바닥이 닳아 걸어온 흔적도 알 수 없습니다

과거를 견고하게 닫은 남자,

마지막 삼키다 울대에 걸린 이름이 누군지
짓무른 동공 누굴 기다렸는지
나는 부패 중인 엄지손가락 지문을 힘겹게 돌려
남자의 과거를 열고 들여다보았습니다.

         ※ 작품배경 : 경찰관으로서 어떠한 죽음도 소홀이 보지 말고 끝까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왜 죽었는지 의문을 밝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자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