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43> 빙상 불모지 전남에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작은 거인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43> 빙상 불모지 전남에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작은 거인
  • 광양뉴스
  • 승인 2015.05.04 09:39
  • 호수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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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부영국제빙상장 상무이사

 

박종화 부영국제빙상장 상무이사


광양(光陽). 빛과 햇볕의 고장. 이름답게 광양은 연평균 기온 14.9˚C로 겨울이 온난하고, 전국에서도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겨울이면 한겨울 내내 기다려야 펑펑 내리는 눈을 한 번이나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간혹 눈이 내리는 날도 해 뜨고 한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녹아버리곤 하는 곳이 바로 광양이다.

어렸을 때는 그게 참 불만이었다. 얼음이 두껍게 언 냇가에서 썰매를 탈 수도 없고, 친구들과 신나게 눈싸움을 할 수도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 이 근방에서 교직생활 25년을 하는 동안 나는 눈 내리는 날 아침이면 학교에 오자마자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러 나갔다. 아이들 가슴에 눈 내리는 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심어주고 싶어서다. 하루 종일 선물을 받은 듯 설렘이 동반되는 눈 내리는 날의 광양의 풍경이다. 그렇게 눈이 안 오는 이곳에 빙상장이 들어선다고 했다. 지역의 특성을 잘 모르거나, 사업수단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흔한 눈썰매장 하나 없는 이곳에 빙상장이라니. 그것도 국제규격의 규모가 큰 빙상장을 세우다니. 호기심 반, 기대 반 지켜보기를 어언 6년. 이제 그곳은 전남빙상연맹의 메카이자, 전국규모의 행사유치, 오전 오후 빈 시간이 없을 정도로 유치원부터 어른까지 겨울스포츠 강습을 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아이들의 겨울놀이 체험학습을 교육과정대로 12월에 하려면 일 년 전에 예약을 해야 가능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 되었다. 치밀한 기업가 정신으로 부영국제빙상장(광양읍 덕례리 위치)의 오늘을 만든 사람, 바로 박종화 상무이사 이야기다.

 


철저한 경영전략으로 설립한 부영빙상장

궁금했던 만큼 만나자 마자 왜 하필 광양이었냐고 물었다.
“광양은 제 아버지(박부영, 전 광주경신여고 교장)의 고향입니다. 저는 광주에서 나고 자라 대학에서 스포츠경영을 전공한 이후 2003년부터 아버지 고향인 광양에서 부영테니스장을 운영했습니다. 2004년 아버지의 퇴직 이후 이왕이면 온 가족이 모여 살자는 생각에 이곳 광양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동생도 결혼 이후 이곳에서 개업을 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동계스포츠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심장과 같은 냉동시설과 핏줄과 같은 각종 파이프, 그리고 혈액과 같은 냉매들의 관리에 많은 기술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동계스포츠에 집중된 계기는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동계스포츠의 대표 주자였던 쇼트트랙 선수단이나 피겨요정 김연아,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나 모태범, 이승훈 선수를 빼면 선수층도 얇은 편이다. 당연하게도 현재 전국에 있는 40여개의 빙상장의 대부분이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영빙상장처럼 사설로 운영되는 곳은 전국에서 세 곳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이곳은 그래서 돋보인다.

“주5일 근무제 정착, 그리고 근로시간의 단축 등으로 국민의 여가 욕구는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이에 편승해 스포츠산업이 등장했는데 스포츠산업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포츠시설입니다. 이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영이론과 그에 따른 전략들이 필수입니다.

흔히 경영이론은 대학이나 대학원의 강의실에서 학습하는 것으로 끝나버린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실질적으로 여러 형태의 경영이론을 현장에서 접목하여 성공한 사례가 대분입니다. 한마디로 현실적인 기업경영에 경영이론을 응용하려는 노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역시 대학에서 스포츠경영을 전공한 사람답게 말한다. 어느 사업도 그렇지만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장조사를 철저히 했다. 여타의 스포츠시설이 다 들어서 있는데 동계스포츠 시설만 없어서 빙상장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부영빙상장을 지을 때는 이론과 실전을 어떻게 접목했을까?

 “2007년 빙상장을 설립하기 전 STP전략(Segmentation 시장세분화, Targeting 표적시장선택, Positioning 포지셔닝)을 기본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전남 지역의 따뜻한 기후적 특성과 빙상장의 접목을 통해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목표 아래 시장을 세분화하였습니다.

사업을 계획할 때 시장을 잘게 쪼개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기업이나 스포츠 조직이라 할지라도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는 없거든요. 당시 순천, 광양, 여수의 3개 시군의 인구가 70만명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사업계획 당시 이 3개 시군을 주류시장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남 도내는 물론 경남에서도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어느 지역, 어느 연령대, 결혼유무, 소득정도, 빙상장을 찾는 이유 등의 고객성향의 변수들을 조사하는 한편 경상도 지역 10여 개 빙상장 시설을 방문하여 벤치마킹한다.

 “다음으로는 Targeting(표적시장선택)을 해야 하는데 저는 주 고객을 학생으로 정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을 주 고객으로 정한 후 시설이나 안전 등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설계하였습니다. 현관에서 2층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나하나에도 방문객의 동선을 미리 예측하여 설계하였습니다.

Positioning(포지셔닝)이란 잠재고객으로부터 기업에 대한 친근감과 고객들의 기억 속에 기억의 이미지를 오래 남기기 위한 사전작업을 말합니다. 저는 현수막, 언론을 통한 간접광고와 더불어 학교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직접광고 두 가지 형식을 취했습니다.

특히 교육과정 안에서 체험학습이 운영되는 데 착안하여 교사들을 위한 홍보활동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고장에 이런 시설이 있고, 이런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체험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스케이팅직무연수’과정을 개설하여 지금도 해 오고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스포츠인’

그는 테니스장 운영을 포함하여 지도자 생활만 18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배드민턴 전남 대표선수를 5년이나 했다. 쇼트트랙, 테니스, 배드민턴, 패러글라이딩 등 남들이 하나 하기도 어려운 운동을 몇 개나 프로실력으로 할 줄 아는 운동 마니아다.

운동으로 시작해서 운동이 직업이 된 사람. 운동선수라면 으레 연상되는 우람한 체격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그는 운동선수 특유의 카리스마나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체격으로만 보자면 어쩌면 일반인 평균보다 더 왜소하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이미지다. 조곤조곤 하는 이야기도 정겹다. 그럼에도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많다. 그는 스포츠경영 전공의 체육학박사로서 세계체육학회 아시아분과이사를 비롯하여 전라남도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 광양시빙상연맹 전무이사, 전라남도테니스협회 상임이사 등 열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다.

2007년 개장한 다음해인 2008년 1월 광양시빙상경기연맹 창설, 3월 전라남도빙상연맹을 창설했다. 그 해 9월에는 쇼트트랙 전라남도 선수단이 발족되었고, 2009년 2월에는 제90회 전국동계체전에 전남대표 8명이 처녀출전하게 된다.

연이어 2010년에는 아이스하키 전남대표 성인팀이 창단되었다. 부영빙상장의 역사가 바로 전남빙상연맹의 역사인 셈이다.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이 뒤지는 늦은 출발이었지만 참여에 의미를 둔 여러 번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드디어 2012년 제94회 전국동계체전 쇼트트랙 릴레이 경기에서 전남 최초 동메달을 획득한다.

이듬해 제94회 전국동계체전 피겨부문에서 전남 최초 금메달, 제95회 체전에서는 역시 피겨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한다.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가가 되기보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인이 잘 하는 스포츠 분야의 교육사업을 펼치고 싶어 했던 그의 집념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도 하다.

 “부영빙상장을 세울 때 스포츠 마케팅 전략으로 4P전략을 세웠습니다. 상품전략(Product), 촉진전략(Promotion), 가격전략(Price), 직원관리전략(People)이 그것입니다. 그 중 직원관리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전략이 좋고, 이념이 훌륭해도 결국엔 인간이 하는 일입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직원이 기업에 불만이 많다면 이는 고스란히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입니다. 고객을 최일선에서 만나고 상담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좋거나 나쁘게 결정하는 1차 얼굴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을 위한 관리, 내부 마케팅 전략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현재 빙상장에는 강사 7명을 포함하여 1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권한부여, 기업의 형편에 맞는 공정한 평가제도 구축, 다양한 미팅을 통한‘하의상달’식 조직마련 등으로 직원이 만족하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영원한‘멘토’

그의 인생의 멘토는 부모님이라고 한다. 교장 재임시절 하루 24시간 학교를 돌아본다고 하여 선생님들이 붙인 별명이 ‘이사도라’였다는 아버지처럼 그 역시 단 하루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난 십 년, 교육사업가로서도 빙상의 불모지 전남에 겨울스포츠의 꽃을 피운 주인공으로서도 어느 정도 제 궤도를 찾은 지금 그에게 꿈을 물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적인 역할에 소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든 사업과 일에는 순기능적인 변화가 항상 따라야 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저희 빙상장도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부영국제빙상장은 저 개인의 재산이 아닌 광양과 전남의 재산이며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는‘작은 거인’확실하다.

양선례(광양문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