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 <13> 오케스트라의 맛, 광양숯불구이의 맛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 <13> 오케스트라의 맛, 광양숯불구이의 맛
  • 광양뉴스
  • 승인 2014.09.22 10:43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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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서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대한식당 배 의 순 씨 -

 

배의순 씨.

오케스트라와 숯불구이불고기. 뭔가 잘 맞지 않아 어긋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각 악기가 어울려야 제 맛이 나는 오케스트라와, 숯불과 고기가 만나야 제 맛이 나는 숯불구이불고기. 이 둘을 조화롭다는 의미로 볼 때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광양교육의 일번지인 광양서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 때는 광양동초등학교와 하나로 묶일 처지까지도 갔었다. 이렇게 침체된 모교의 옛 명성과 명맥을 이어가고자 동분서주 하다가 오케스트라 창단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국 관악협회 광양시지부 사무국장이며 대한식당 주인인 배의순 씨를 만나 본다.

 ‘광양서초윈드오케스트라’창단

배의순 씨를 만난 날은 빗방울이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는 날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털털한 반바지 차림으로 필자를 맞이했다. 필자의 모교이기도 한 광양서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양어장과 체육관이 변함없이 반겨준다. 필자가 학교 다닐 당시‘유신관’이라 불렀던 체육관. 지금은 백운관이라 부르는 그 체육관 옆에 너무나도 생경하게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케스트라 홀’이라는 글자가 눈으로 확 들어왔다.

필자는 빛나는 그 글자에 설레는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마음을 단박에 빼앗겼다. 전에는 도서관으로 쓰던 건물을 오케스트라 홀로 만들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꽤 넓은 오케스트라 연습실이 나타났고 악기들이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는 듯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입학 때가 되면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지만 구도심권의 공동화 현상이라는 넘지 못할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죠. 5년 정도 되었죠. 모교 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하면서 점점 침체되어 가는 학교를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고 있던 때에 우연히 국립오페라단 홍보기획대행 예술 감독 김이곤 음악 감독을 모교로 초청하여‘클래식 이해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그 때‘바로 이것이다’라고 필이 왔죠.

이때부터‘오케스트라 창단’준비 작업에 들어갔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으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창의 학습에 절대적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광양서초등학교만의 특성화 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결국은 통했다고 봐요.

김재무 전 전남도의회 의장의 지지와 박말례 동문의 도움, 그리고 현 박철현 감독의 조언으로 2013년 6월‘광양서초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되었죠. 눈물이 날 만큼 뿌듯하고 감동적이었지요.”

인성교육의 기초로 권하고 싶은 오케스트라 합주

학군의 편성이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치우치다 보니 자꾸 줄어드는 모교의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스쿨버스를 운행하고자 한동안 애 쓰던 배의순 씨 모습을 기억한다. 우선은 재정이 따라주지 않았을 것이고 동문들의 협조도 많이 필요했던 터라 아쉽게도 스쿨버스 운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음악을 통해 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처음 악기를 접하고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이 연습을 통해 극복되면서, 음악과 소통하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초등학교의 예체능 교육은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특기 적성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이기에 적극 권유하고 싶어요. 또한 악기는 어릴 때부터 다루어야 여러 가지를 접하는 체험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가서는 방향 설정이 이미 늦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목표지향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바로 예체능 교육이에요.

영재교육의 과정이 영재를 만드는 것처럼 음악교육의 과정이 영재성과 연결되는 거죠. 광양여중에서는 학생들이 악기 동아리를 만들어 연주회도 하고 있는데 이처럼 중학교까지 연계된 교육이 필요하지요. 현재 교장선생님도 학교가 살기 위해서는 이 길이 필요하다고 같이 열심히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나가고 있어요.”

찾아가는 연주로 활동

 

광양서초 학부모동아리‘서초울림통’공연.

오케스트라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찾아가는 연주라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앞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면단위 권, 중마 권, 제철 권, 광양읍 권으로 나누어 활동하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로 효율적이고 학생들에게 고른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지난 7월 서천 변에서 광양 윈드 오케스트라 케이팝과 함께 공연을 하였으며, 8월초에는 초록 동요제 식전 행사 연주를 하였고 연말 정기공연을 계획 중이다. 모교에 학부모 동아리‘서초울림통’을 만들어 학부모와 함께 자녀들이 격월로 노인복지요양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배의순 씨는 예술에 소질 있는 우수한 아이들을 학원으로 먼저 향하게 하는 교육이 가장 안타깝다. 선생님, 학부모의 관심과 의식전환이 극히 필요한 부분이다. 차라리 학급수를 편성할 때 음악 하는 아이들만 마지막 반으로 편성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월요일, 수요일 점심시간은 합주 연주를 하고 방과 후에는 각 파트별로 개인레슨 시간인데 아이들이 연습에 빠지는 것이 걱정이에요. 합주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한 곡을 완전하게 하면 다른 곡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고 충고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빠요.”

배의순 씨는 학부모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문화적으로 닫혀있고 예, 체능을 국영수 과목 뒷전으로 천부시 하는 현실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인성 형성과 창의력 향상,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 방과 후 예체능 교육은 필수이다. 아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도 있다. 악기를 내 몸처럼 소중히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기름칠 정도야 지신이 하지만 고장 나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공연이 있을 때는 아이들의 간식을 주로 자신이 준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악기 운송비가 많이 들어 예산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동문들의 관심과 협조가 간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앞으로는 전남문화예술재단도 두드려 볼 생각이며 광양시 방과 후 교육지원사업에서도 특성화 교육프로 그램에 보다 많은 지원을 했으면 바란다.

 

 광양 전통 숯불구이 불고기의 명가 대한식당

배의순 어머니의 손을 본떠 만든 액자.


배의순 씨는 현재 광양에서‘대한식당’을 운영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일 중 하나로 며칠 전 어머니의 손을 본 떠 액자에 끼웠다. 그 손으로 광양 숯불고기의 맥을 일구셨으니 본인이 이어가는 광양 전통숯불구이의 자부심을 내세워도 손색이 없겠다.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음식은 손맛과 정성이며 여기에 음식의 철학과 진정성을 첨가하고 싶다.

가게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셨는데 부모님의 철학은‘음식은 나눔의 배려’였다.
 “배고픈 시절 저의 부모님은 가게에 돈 없이 오신 분들에게 막걸리 한 잔에 국밥 한 그릇을 주셨다고 해요. 그분들이 장날이면 장작이나, 채소로 신세 갚음을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려울 때 베푼 조그마한 배려가 저희 자식들에게 칭송으로 들려올 때 자랑스럽죠.  광양불고기로 업종을 전환하였고 그 손맛은 입소문을 타고서 남도음식명가라는 칭호도 받았어요. 광양불고기의 명성과 맛을 지키며 보존하는 것도 우리세대의 책무라 생각해요.”

한 때는 광양의 먹거리 중에 발효식품 최고의 맛을 내는 광양 기정떡에 손을 대기도 했다. 기정은 효모가 든 막걸리를 넣어 부풀려서 찐 떡이며 증편(蒸片)또는 상화병(霜花餠)이라고 한다. 한 여름에 먹는 떡으로 제격이며, 요즘은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광양기정떡을 타지방에 알리고 수익 사업도 함께 하려던 의도가 잘 안 풀려 얼마 안 가 그만 손을 떼고 말았다. 매일 수고로이 함께 일을 꾸려 온 아내에게 더없이 미안한 일이었다.

 

모교 역사박물관 만들기 프로젝트

광양서초 교직원과 오케스트라 학생들.


배의순 씨는 모교에 역사박물관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습실 오른 쪽에 있는 작은 교실 벽면에는 도서기증자 명단에 배의순 씨 아버지 성함이 액자에 박혀 있다.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그는 학교에 역사박물관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모교 설립자의 이력과 서류, 현 부지를 희사하신 분들 그리고 모교 교가 원본, 일제 강점기 때 아침조회 사진 같은 것은 정말 귀중한 자료이다.

도교육청에서 전라남도 교육 역사 찾기의 일환으로 폐교의 역사 자료 보존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연장선으로 생각해도 좋은 계획이다. 동문들의 모교를 향한 간절한 협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모교가 100주년이 되던 해 발간서를 못 낸 아쉬움도 토로한다.

늘 지역과 모교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배의순 씨. 공해 없는 환경을 만들고자 싸이클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현재 전남싸이클연맹 이사로 활동중이며 광양시생활체육회 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광양의 맛 숯불구이불고기처럼‘서초윈드오케스트라’가 모교의 명물이 되어 학교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에도 한 몫 하기를, 그래서 광양의 맛과 멋으로 맥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필자는 ‘오케스트라 홀’을 나섰다. 하늘이 개고 있었다.

박옥경
(광양문화연구회원, 광양문인협회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