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과 인사는 제 할 일인걸요”
“밝은 표정과 인사는 제 할 일인걸요”
  • 김보라
  • 승인 2014.02.10 10:58
  • 호수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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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천사’ 광양시 현관민원 안내 기간제 근로자 박영아씨

“안녕하세요, 어디 찾으세요?” 광양시청 입구의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면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주는 그녀가 다가온다.

주인공은 광양시 현관민원안내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박영아(26)씨.

공무원부터 민원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청에 발을 딛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인사를 적어도 2번 이상은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에 “정말 친절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그녀는 “이게 제가 할 일인데요”라며 오히려 멋쩍어 한다.

박영아씨의 주요 업무는 시청 현관에서 민원인들에게 시청 업무와 관련 사무실 위치 등을 소개하는 일이다.
그녀의 하루는 여느 공무원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출근하면 그녀는 청소부터 시작한다.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박씨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노고를 생각해 안내데스크와 홍보게시대 정도는 스스로 청소하기로 하고 매일 실천 중이다.

청소가 끝나면 인사가 시작된다. 오가는 사람 누구라도 상관없다. 하루에 수십번에서 많게는 수백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헤매는 민원인을 직접 사무실까지 데려다주기도 하며, 짐도 들어드리고 필요한 물품을 손수 구해 가져다주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하고 아주 소소한 일일 뿐이지만 한사람 한사람, 모든 방문객에게 정성을 다해 친절함을 베푸는 그녀의 열정과 책임의식을 경험해보면 그녀의 존재감은 더없이 크게만 느껴진다.

안내업무지만 누구도 박씨에게 이렇게 열심히 인사하라고 강요하진 않았다. 민원인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해 줄 정도면 그녀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씨는 먼저 묻지 않아도 민원인들에게 다가가 친절한 손길을 건넨다.

박씨가 이처럼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해내는 이유는 그녀에게 이 일은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순천대 조경학과를 졸업했지만 심각한 취업난에, 컴퓨터자격증 획득 등 소위 말하는 ‘스펙쌓기’에 하세월하고 있던 박씨는 정보 검색차 광양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현관민원안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했다.

치열한 경쟁률에 큰 기대 없이 마지막 날 서류를 접수하고 면접에 임했다. 그리고 합격 통보를 들었을 땐 비록 1년 계약직이지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고 박씨는 전했다.

“특히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어요. 매일 아침 눈을 떠 오늘은 뭘 할까,라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일 좋았죠.”

즐겁고 뿌듯한 마음에 매일 열심히 인사하며 긍정적으로 지내는 그녀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실내지만 현관 자동문 코앞에서 일하는 탓에 문이 여닫힐 때마다 마주해야하는 겨울철 칼바람에 손발이 꽁꽁 어는 것은 일상이 됐다. 추위를 이겨보려 몇 겹의 옷을 껴입고 히터에 손과 발을 번갈아가며 녹여보지만 이내 또다시 열리는 자동문에 그녀는 추위를 꾹 참고 다시  한번 우뚝 서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이제 불과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계약기간, 1년 단위 기간제 근로자인 박영아씨는 올 10월이면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 하지만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녀에게도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청에서 공무원 분들 근무하시는 걸 매일처럼 보다보니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점점 커지더라구요. 지금 이 기분, 간절함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꼭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