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교생 소연이의 희망 걷기
예비 고교생 소연이의 희망 걷기
  • 이성훈
  • 승인 2014.02.10 09:27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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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희망’도 쑥쑥...휠체어 의지하던 소연 양…재활 통해 조금씩 걷기 시작
왼쪽부터 정혜영 특수교육실무사, 안소연 학생, 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아직까지 힘차게 걷지는 못하지만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광양여중 3학년 안소연 학생. 그녀는 골형성부전증(신체에 큰 충격이나 특별한 원인이 없이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유전질환)을 앓고 있다. 뼈 자체가 약해 남들처럼 힘차게 걷거나 운동을 할 수 없다. 살짝만 넘어져도 뼈가 상할 위험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아주 조심히 걸으며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넘어져 다리에 금이 간 이후로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걷는 생활을 포기했다. 중학교 입학 후 2년간 휠체어를 타고 학교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 화장실이었다. 소연 학생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화장실을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불편이 많아 우유, 물도 잘 안마셨다. 체육 시간에도 어쩔 수 없이 참석을 못해 친구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동수업에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친구들,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던 중 정혜영 특수교육실무사가 올해 광양중에서 광양여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광섭 교장으로부터 소연 학생의 사연을 듣고 광양여중으로 근무처를 옮겨 소연 학생의 재활을 돕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인 재활 운동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다. 교사 휴게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 40분 정도 다리마사지부터 스트레칭, 근력운동, 복근운동 등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처음 운동할 때는 온 몸이 뻐근하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차차 몸이 단련되기 시작했다. 소연 학생의 재활운동은 정혜영 특수교육실무사가 직접 맡았다.   

운동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복된 재활 훈련을 통해 근력이 형성되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또 보조기구나 실무사의 도움을 받아 차량탑승이나 100미터 이상 걷기도 가능해졌다.

지난해에는 서천변으로 소풍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동안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에서 해방돼 실무사의 도움을 받아 혼자서도 신변처리가 가능해졌다. 휠체어에 의지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역시 ‘자신감’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걷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니 희망이 생겼다. 학교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자신감과 적극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이렇게 조금씩 걷기 시작한 소연 학생은 지난 7일 졸업하고 이제 3월부터 순천 복성고에 진학한다.  

소연 학생은 “정혜영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조금씩 걸을 수 있어서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더욱더 열심히 운동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인사했다.

소연 양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고 박완서 소설가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지 못했지만 틈틈이 읽을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혜영 실무사는 “소연이를 좀 더 일찍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걸을 수 있어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실무사는 “소연이가 더욱더 멋진 학생이 되어 만났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김광섭 교장은 “소연이는 공부도 잘하고 작가에 대한 열망이 대단해 꿈은 꼭 이뤄질 것”이라며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