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황현 선생 생가, 잘 보존해주면 안될까요?”
“매천 황현 선생 생가, 잘 보존해주면 안될까요?”
  • 이혜선
  • 승인 2013.09.30 09:28
  • 호수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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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남 청소년 역사탐구대회 ‘은상’ 수상한 광양여고 김류희ㆍ이건희ㆍ김예빈 양
왼쪽부터 김예빈, 이건희, 김류희 학생.

 

아쉽다. 광양이 낳은 독립운동가, 경술국치를 통분하며 자결한 시인 매천 황현의 생가는 지금도 사람 손길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은 채로 무성한 풀과 뒤섞여 있다.

아직도 풋풋하기 만한 광양여고 1학년 김류희ㆍ이건희ㆍ김예빈 양은 자신들의 연구 주제로 삼았던 매천 황현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4일에 있었던 제3회 전남 청소년 역사탐구대회에서 매천 황현 선생을 주제로 한 연구로 은상을 차지한 이 꽃다운 숙녀들은 우리의 역사, 그리고 광양의 역사 알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첫 출전, 2개월여의 짧은 준비시간 게다가 준비한 모든 것을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담아야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 그리고 매천 황현.

이 아이들이 생각하는 지난 대회의 기억이다.

전남역사교사모임이 주관하는 제3회 전남 청소년 역사탐구대회는 다양한 탐구활동을 통해 역사의식을 함양하고 역사 자료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종합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전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신장한다는데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는 대회로 이번 대회의 주제는 자기 고장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주제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류희 양은 “지난 7월에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면서 “학교 1층 복도에 게시된 매천 황현 선생에 대한 게시물을 우연히 보고 연구 주제로 삼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그는 “매천 황현 선생을 주제로 정하게 되면서 우리가 정말 광양의 역사를 모르고 너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었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만든 영상으로 매천 황현 선생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줄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학생들은 연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직접 생가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매천야록’ 등 매천 황현 선생에 관련된 문헌들을 빌려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연구했다. 광양역사문화관도 큰 도움이 됐다.

건희 양은 “매천 황현 선생의 생가가 남아 있다고 해서 류희랑 예빈이랑 함께 생가를 찾아가게 됐는데 우리지역의 역사인물이니 당연히 관리가 잘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훨씬 더 초라하고 엉망인 모습에 정말 많이 속이 상했었다”며 “관련 행정과에 전화를 해 왜 관리가 안 돼 있느냐고 물었지만 개인 재산이라 함부로 관리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류희 양은 “그 때문에 구글 검색을 하다 광양신문에서 매천 황현 생가 보존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을 확인했고 그 내용을 영상 안에 넣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누구나 찾아가서 우리 지역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잘 보존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남 지역 24개 학교가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첫 출전에 은상 수상은 대단한 일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예빈 양은 “역사 탐구 보고서와 영상, 이 두 가지 분야가 있었는데 우리가 참가한 영상 분야는 5분이라는 시간 안에 연구결과를 담아야 하다 보니 연구량이 많아도 보이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예빈 양은 “그래도 수상을 해서 기분은 무척 좋다”면서 “우리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번에 수상을 못하면 수상할 때까지 고3이 되어도 계속 대회에 참가하자고 다짐했었다”고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들이 툭 던진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국사를 교과과정에서 필수로 할 것 인지 선택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며 국사를 외면하는 현실 속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필수, 당연히 배워야하고 알아야할 우리 역사”라고 당차게 말하는 여고생들의 목소리가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