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묵묵히 돌봐준 아내에게 감사”
“수십 년 동안 묵묵히 돌봐준 아내에게 감사”
  • 이성훈
  • 승인 2013.06.10 10:09
  • 호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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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강영철ㆍ김정애 부부 … 월남전 참전 큰 부상, 고통 이겨내고 행복 되찾아

강영철 씨는 “그동안 아내 고생을 많이 시켜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한 평생 간호하고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정애 씨는 “앞으로도 우리 부부는 행복하게 살 것”이라며 “마지막 날까지 남편과 함께하고 싶다”고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요즘에도 비 오는 날이면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온 몸이 쑤시고 잠도 못자요. 그 당시 참혹했던 현장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고….”

월남전에 참전해 큰 부상을 입고 숱한 고생을 했지만 정성껏 뒷바라지 해준 아내 덕택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가 있다. 진상면 용지마을에 살고 있는 강영철(72)ㆍ김정애(68) 부부. 이들은 “수십 년간 고통을 잘 이겨낸 덕택에 지금은 알콩달콩하게 잘 살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65년 10월 월남전에 참전한 강영철 씨. 강 씨는 그러나 참전 몇 개월 만에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대전차 차량이 폭발하면서 전장에 있던 동료들은 대부분 사망하고 자신은 오른쪽 다리 절단과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는 큰 부상을 당했다.

죽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강 씨는 “사고 당시에는 워낙 충격이 컸던지 다친 줄도 몰랐다”며 끔찍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부상을 입은 후 곧바로 필리핀에서 치료를 받고 일본-대구-부산을 거치며 거의 1년 동안 집중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은 평생 감내해야 할 십자가가 되고 말았다. 부인 김정애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강 씨의 고통은 더욱더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 부부가 만난 것은 약 43년 전이다. 당시 26세였던 강영철 씨는 부상 후 고향으로 돌아와 치료를 계속 받던 중 22살이던 아내 김정애 씨를 만났다. 김정애 씨는 “남편 모습을 보니 너무 딱해 내가 간호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성껏 간호했다”고 말했다.



강 씨를 본격적으로 간호하면서 사랑이 싹 트고 결혼을 결심했지만 김정애 씨 집안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미래가 불투명한 환자에게 딸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집안 반대가 너무 심해 결혼하기까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지만 사랑으로 결국 이겨내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결혼 후 김 씨는 남편을 정성껏 간호하며 가정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부상 후유증을 잊기 위해 술을 자주 마신 것. 강영철 씨는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될 정도였다”며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잠도 못자고 도저히 생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힘든 나머지 차라리 죽어야 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가족들을 보면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아내 김정애 씨는 “평소에 말수가 적은 남편이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당뇨와 혈압, 폐렴도 걸리는 등 여기저기 몸이 고장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술에 의지한 채 생활할 수는 없었다. 남편 강영철 씨는 술을 조금씩 줄이면서 재활운동을 하며 인생 찾기에 나섰다. 아내도 매일 건강식을 챙겨 주며 남편에게 힘을 보탰다. 조금씩 줄이던 술은 이제 60을 넘기자 거의 마시지 않게 됐다. 그 후 부부는 더욱더 행복한 삶을 누리기 시작했다.

부인 김정애 씨는 “술을 끊고 나서는 가정이 더욱더 화목해졌다”고 웃었다. 이제 부부는 여행도 다니고 산책도 하며 못다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강영철 씨는 “그동안 아내 고생을 많이 시켜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한 평생 간호하고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정애 씨는 “앞으로도 우리 부부는 행복하게 살 것”이라며 “마지막 날까지 남편과 함께하고 싶다”고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김정애 씨는 현재 광양시공립노인전문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을 정말 잘 알고 있다”며 “남은 생애 행복하게 지내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