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심 어르신의 100번째 ‘생일잔치’
박춘심 어르신의 100번째 ‘생일잔치’
  • 이혜선
  • 승인 2013.05.27 10:14
  • 호수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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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즐겁게 사는 것이 장수 비결…지금도 버스 타고 5일장 다녀

100번째 생일을 맞은 박춘심 어르신의 백수잔치가 열렸다.
100번째 생신을 맞은 황금동 황방마을 박춘심 어르신의 백수잔치가 지난 17일, 중마동 하나로 뷔페에서 열렸다.

이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아들 이풍연ㆍ김오순 내외와 손자손녀들과 증손자들, 황방마을 주민들과 전국 각지에서 광양을 찾았다. 100세 시대라지만 흔치 않는 백수잔치. 1세기를 살아온 박춘심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나라의 첫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이 처음 개장한 그해 1913년 음력 4월 8일, 박춘심 여사는 순천 해룡면 대동마을에서 태어났다. 17살이 되던 해 남편 이이등 씨를 만나 황방마을로 시집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83년 동안 황방마을에서 살았다. 박춘심 어르신은 황방마을의 역사다.

그 당시에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평범했다. 하지만 박 어르신은 슬하에 아들 2명만 두었다. 이성현 씨와 이풍연 씨가 그들이다.

하지만 큰 아들 이성현 씨는 1989년도에 가슴에 먼저 묻어야 했다. 이후 몇 년 뒤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슬픔이 컸지만 살아야하기에 눈물은 잠시 넣어두었다.

둘째 아들 풍연 씨는 월남 참전 용사다. 월남전에서 한국군의 태권도 교관을 수행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산에서 자리를 잡았다.

박춘심 어르신
박 어르신은 이런 저런 사유로 혼자 지낸지 21년이 됐다. 하지만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지 않았다.

백수잔치에 참석한 황방마을 한 주민은 “박춘심 어르신처럼 씩씩하고 긍정적인 분이 없다”며 “장수의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항상 웃고 살아서 일 것”이라고 했다.

아들 풍연 씨도 “어머니께서 아직도 혼자 버스를 타고 광양5일장, 순천 역전장에 시장을 보러 가신다”며 “귀가 좀 어두워진 것 말고는 아직도 정정하시다”고 전했다.

역시나 박 어르신은 백수잔치에 참석한 축하객들을 일일이 서서 반겼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을 해낸다.
풍연 씨는 “어머니가 화를 내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며 “언제나 낙천적이시고 많이 웃으셔서 지금의 어머니가 계신 것”이라고 회상했다.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 가족들의 바람은 크지 않다. 박춘심 어르신이 100년을 살아오신 것처럼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는 것. 마을을 지키는 수호수처럼 가족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것이다.

오늘도 박춘심 어르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구석구석 손길 닿지 않은 곳 없이 청소하고 텃밭을 일굴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고 안부도 물을 것이며 증조할머니 찾아오는 증손자들에게 사탕 하나 기쁜 맘으로 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