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의 권고를 보며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보며
  • 한관호
  • 승인 2008.11.13 09:34
  • 호수 2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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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1974년, 1975년에 일어난 동아일보 언론인 대량 해직과 광고탄압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박정희 독재정권시절 일어난 대표적인 언론탄압사건이다.
당시 동아일보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언론자유수호투쟁’을 벌이자 권력에서 소위 손을 본 사건이다. 정보부가 동아일보와 계약한 광고주들을 남산 중앙정보부로 불러 동아일보, 여성동아, 신동아 등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서약서와 이에 대해 함구하라는 보안각서까지 쓰게 했다. 또 중앙정보부는 세무서에 광고주 회사 세무 사찰을 시키고 격려 광고를 실은 대학 교수는 학교에 압력을 넣는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고 한다.

그런 한편, 동아일보에는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었던 데 대한 사과 기사를 싣고 핵심부서 국장 인사문제를 중앙정보부와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이에 굴복한 동아일보는 기자, 프로듀서를 포함해 언론인 130명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동아일보가 표면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내세웠으나 임금을 인하 할 테니 해직자를 복직시키자는 직원들의 권의를 묵살한걸 보면 권력에 손을 든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공권력에 의한 언론탄압, 인권침해라며 국가는 동아일보사와 해직된 언론인에 대해 사과하고 적절한 피해 회복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 동아일보에도 공권력이 경영을 압박해 어려움이 있었으나 유신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일어난 일이므로 해직 언론인들에게 사과와 명예회복, 피해 회복 등 적절히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이 기사를 읽다가 남해신문사 시절이 생각나 슬 핏 웃음이 났다.
지난 2002년 6월, 남해군 민선 3기 군수가 새로 뽑혔다. 전국 최연소 자치단체장으로 재선됐던  김두관 군수에 이어 한나라당 하영제 군수가 취임했다. 그리고 하 군수 재임시절 골프장 건설이 남해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남해군은 남면 덕월리 바닷가 일원에 19홀 골프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군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업체에서 군민 200명을 채용하고 연간 세수 80여억원을 벌며 골프객들이 넘쳐나 숙박, 음식점이 호황을 누리게 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 홍보했다. 군민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해 지역경제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던 터라 골프장만 들어서면 금방 잘 살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었다. 

남해신문 편집국은 이 사안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신문 논조에 대해 회의를 거듭하며 경남 전역의 골프장을 취재하고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골프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군 소유 11만평의 땅을 업체에 공시지가로 매각하고 수백억원을 들여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건 남는 장사가 아니며 위화감 조성, 바다 오염 등 골프장 건설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보도했다. 나아가 이참에 남해군의 미래에 대한 장기 청사진을 세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비판 보도로 남해신문과 남해군은 심감하게 대립하게 됐다. 그런데 남해신문 보도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아니라 골프장 건립이 정파 문제로 둔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남해군은 남해신문 불매운동, 광고거부, 골프장 건설지 주민들의 신문사 집단 항의 방문을 추동하는 등으로 신문사를 압박했다. 또 남해신문 취재 거부 등으로 기자들은 군정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군수에 우호적인 신문사 주주와 이사진들이 경영진을 압박해 신문사는 내외적으로 시달렸다.

이 시기 남해에서 발행되던 3개의 지역신문 가운데 남해신문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고  발행 부수도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다른 신문사에는 남해군 홍보 광고가 실렸으나 남해신문은 단 하나의 광고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남해군이 벌인 남해신문 불매운동은 단 6부만 해지됐으며 경영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골프장은 남해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을까.
골프장 건설 업체는 콘도미니엄까지 지어 톡톡히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민 200명 이상을 고용하겠다고 했으나 정규직은 남해군이 아닌 외부에서 채용했으며 군민이라야 잔디 관리하는 인부, 콘도미니엄 청소부 정도다. 또 골프장 업체가 18홀 골프장을 9홀씩 쪼갠 퍼블릭으로 신고해 세수는 80여억원에서 고작 20여억원으로 줄었다. 더구나 골프장은 오폐수를 무단 방류해 어민들의 분노를 샀으며 최근에는 골프장 물 공급을 위해 대형관정을 파겠다고 밝혀 주민들과 마찰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남해신문이 지적 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났으며 독자들은 남해신문 보도가 정당했음을 인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