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몸짓, 짙은 화장, 화려한 소품,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빠른 음악…
요즘 각종 행사나 공연에서 자주 볼수 있는 춤 중 하나가 ‘밸리댄스’다.
밸리댄스는 다산을 상징하는 이집트 춤으로 남녀가 함께 추었던 춤이라고 한다. 만삭의 배를 남편이 어루만지고 부인은 맨발로 땅을 두드리며 추었던 춤이다.
이제는 밸리댄스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고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주민센터에서 가르치고 있어서 낯설지 않은 춤 중 하나다. 배우는 연령대도 5살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여성들에게는 몸매 관리에 탁월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나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지경 이집트 밸리아카데미 원장. 이 원장은 2007년부터 전문적으로 밸리댄스를 가르치고 공연하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복지단체에서 선보이는 밸리댄스 공연은 이지경 원장의 작품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 원장은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밸리댄스를 전문적으로 시작하기 전 이 원장은 현재 GSH광양서울병원의 자리에 있던 광양우리들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을 상담하던 사회복지사였다. 이 원장은 “당시 환자들을 상담하고 춤추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던 중 좀 더 전문적인 춤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밸리댄스’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평소에 시무룩하던 환자들도 춤추는 시간이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졌다”며 “환자들이 춤을 추면 생기가 돌고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것을 직접 보니 도입하길 정말 잘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후 이 원장은 2007년 중동에 학원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밸리댄스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광양뿐만 아니라 여수, 순천, 대전, 부산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밸리댄스를 보급하고 있다.
하루 프로그램은 오전 9시에 시작해 밤 11시에 끝난다. 하루 종일 가르치고 공연하면 지칠 법도 하지만 밸리댄스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져서 그녀는 큰 보람을 느낀다.
이 원장은 “하동 어느 외진 마을에 밸리댄스를 가르치고 있는데 주민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며 “강사료는 한계가 있지만 저를 기다리고 밸리댄스를 배우기 위한 주민들의 열정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말했다.
밸리댄스는 어디에 좋을까. 이 원장은 “배꼽을 중심으로 복부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는 물론, 생리통 등 여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다”고 추천했다. 병원에서도 여성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밸리댄스를 배워보라고 권유를 할 정도다.
물론 남성들에게도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신체 일부를 내놓고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불편해한다고 한다. 이 원장은 “남자들에게도 문의가 오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는 여성들만 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경 원장은 요즘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공연을 하다보면 색소폰을 불며 밸리댄스를 추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남이 대신 색소폰을 불고 이 원장은 흉내만 낸다는 것. 결국 ‘립싱크’로 공연한다는 것이다.
그는 “색소폰을 부는 흉내만 내다 보니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고 관객들에게도 미안했다”면서 “차라리 직접 배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레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색소폰은 현재 악보를 보며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인 그는 “1~2월이 공연 비수기여서 요즘 집중적으로 색소폰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는 색소폰을 직접 불며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사회복지사인 이지경 원장은 앞으로의 꿈도 ‘사회복지’다. 복지단체, 기관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그는 자신의 특기를 충분히 살려 밸리댄스와 사회복지를 접목시켜 대상자들에게 새로운 복지를 선보이고 싶어 한다.
이지경 원장은 앞으로 전문적으로 제자들을 더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아직까지 밸리댄스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후배들은 5명 내외. 이 원장은 “최소한 10명 정도 전문적으로 가르쳐 밸리댄스를 보급한다면 더욱더 다양하고 멋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관객들에게 부탁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관객들의 밸리댄스를 보는 시각이다. 지나치게 음흉한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공연자들의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꿰뚫어보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제는 밸리댄스가 대중화되어서 이런 관객들도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밸리댄스는 ‘섹시하고 야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운동의 한 부분으로, 춤의 한 분야로 밸리댄스를 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멋지고 섹시한 춤 보셨나요?”
저작권자 © 광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