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해 소비 확대하면 승산” VS “과거 환상에서 벗어나야”
최근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 ‘광양밤주식회사’ 설립과 관련 사양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밤에 지자체가 나서 ‘주식회사 실험’을 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됨에 따라 사업 성공여부에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광양밤주식회사는 밤의 규모화ㆍ조직화를 통한 경영비 절감과, 기존의 중간 유통마진을 줄여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사업비 27억원(국비 17억, 민간 출자 10억원)을 들여 깐 밤 및 분말 자동화 라인과 포장시설, 냉장ㆍ냉동 설비를 갖추게 된다.
시는 지난해 말 주식회사 설립사업 타당성 평가와 함께 수차례의 주민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거쳤으며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투자 참여 농가의 청약을 받았다. 참여의사를 밝힌 농가는 74명이며 청약금액은 3억3600만원으로 목표액인 10억원 대비 34% 수준이지만 최근 일반 투자자와 산림조합이 참여하며 출자금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봉강에서 밤 농사를 짓는 정모 씨는 “젊은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가공처리를 통해 소비를 확대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과 가공, 유통까지 살펴볼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참여하는 밤 주식회사가 우리 지역에 꼭 설립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광양밤주식회사의 설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가 3차에 걸쳐 청약을 받았으나 신청 농가수와 청약금액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은 지역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농협 관계자는 “밤농사가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시점에서 굳이 밤주식회사를 만들며 농민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때 밤으로 부를 축적했던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농업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광양지역은 임산자원 중 밤의 재배면적이 가장 많았고 최고의 소득원이었으나, 매년 밤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반증하듯 시에서 밤나무 대체작목 조성에 십 수억 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광양지역의 경우 밤나무를 베고 매실을 심는 판에 밤주식회사는 말이 안된다”며 “밤 생산량도 광양시 전체 생산량이 충남 공주시 정암면에서 생산하는 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로, 유통업체나 가공업체들도 광양밤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이 사양산업이라는 증거로 재배 면적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생산비 증가, 같은 장소 밤나무 식재의 어려움, 계획조림이 안 돼 있어 단위당 생산비가 높다는 점 등을 꼽았다.
실제로 시는 2010년도 밤나무 작목전환 사업비로 총 18억9천만 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떫은감으로 수종을 변경할 때 ha당 500만원(자부담 200만원포함)이 지원되고 있으며, 수종에 따라선 7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물론 재배 농가들의 주식회사 설립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참여도가 저조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밤 재배농가가 많은 현실에서 어렵다고 아무런 노력도 안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사업 추진에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한편, 현재 전남지역에는 완도 전복 주식회사 등 10여개의 농수산물주식회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광양 밤 등 임산물을 취급 유통하는 주식회사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운 기자
저작권자 © 광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