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斷想
가을 斷想
  • 광양뉴스
  • 승인 2010.10.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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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남 한려대 교수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고 들판은 노란색 물결로 출렁인다. 하지만 농부들의 마음은 수확을 앞두고 부산해진다. 수확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한번쯤 ‘나’를 돌아보면서 성찰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평소 ‘행복전도사’로 불리며 서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전파하기로 널리 알려진 한 유명인의 자살로 그의 강연과 말로 위로를 받던 서민들이 그의 죽음을 놓고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당사자의 자살은 그렇다 쳐도 건강한 남편과의 동반자살을 두고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흔히 죽음을 여행에 비유하는 ‘허언법’(euphemism)'에 의지할 경우 자칫 자살을 미화할 소지를 안고 있거나 혹은 ‘베르테르 효과’를 염두에 둔 측면 때문일 게다. 더욱이 자라나는 세대 중에는 죽음을 막연히 동경해서 행동에 옮기는 자살러시의 풍조가 사회문제화 된 지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 고인의 죽음을 놓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소우주’인 만큼 모두 다 소중하고 고귀한 인격체로서 죽음 앞에서 임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남도’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잦은 요즈음이다. 광양 숯불구이 축제는 얼마 전에 막을 내렸다지만 남녘의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축제를 통해 남도의 맛과 멋을 만끽하기 좋은 때다. 중앙정부에서는 지자체 주관으로 치러지는 지역의 축제가 유사한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 구조조정(?)이 요구된다고 하지만, 일면만 본 측면도 안고 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전국적인 축제로 육성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마을 단위의 지역민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는 축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성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지 중앙정부에서 경쟁력과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압력(?)을 넣는 것은 바람직한 문화행정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소모적인 성격의 축제가 안고 있는 문제도 있지만 축제를 통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서 그 지역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유형·무형의 자산을 잘 융합해서 대표적인 축제로 육성해 나간다면 지역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키워줄 뿐 아니라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지역에서도 이와 관련된 생산적인 논의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광양의 명품 축제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시의 고민과 지역민의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즈음이면 '아픈 역사'도 떠오른다. 1948년 10월에 일어난 ‘여순사건’을 말한다. 광풍(狂風)의 시기에 우리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좌우로 나뉘어 희생당하는 비극을 맞게 됨으로써 그 아픈 상처가 아직도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 있다.

한국전쟁 전후하여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간인 학살의 실체와 구명을 위해 활동해 왔던 ‘진실 ? 화해 위원회’에서 국가가 처음으로 여순사건으로 민간인이 학살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성과에 그친 것은 아쉽다.

또, 신청인을 중심으로 조사하다 보니 추정 희생자(1300여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124명)는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크게 미흡할 것이다. 성공한 역사 못지않게 실패한 역사 그리고 ‘아픈 역사’가 후세에 주는 교훈도 크다는 점에도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집단과 민족은 생명력이 약해 소멸한 경우를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2010년의 가을도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