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광양농협장
“농민들 저버리고 않고 이 지역에 묻혀 농민들과 후임자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입니다” 오는 22일 이임식으로 농협과 함께한 50년을 마무리하는 이덕재 광양농협 조합장은 “그동안 농민과 함께했던 농협일은 천직이었다”며 “비록 몸은 떠나지만 농업과 농민들을 위한 마음만은 변함없이 간직하며 지역 농업발전과 농민을 위한 일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부지런하면 이 세상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신념으로 한 평생을 농협과 함께해온 이 조합장. 매일 어제보다 더 잘하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살아온 그다.
군 제대 후 시작한 농협중앙회 시 지부 근무 34년에 광양농협 조합장 16년. 꼬박 50년을 농협과 함께한 그에게 농협과 농민은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그동안 이 조합장은 지역의 작은 농협, 광양농협을 든든한 반석위에 올려놓은 혁혁한 공적으로 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생활권이 같은 옥룡농협과 봉강농협을 합병해 광양농협의 규모를 확대하고 광양농협을 전국 최고의 농협으로 일궈낸 것은 그의 가장 큰 성과다.
또 주유소를 인수해 농협브랜드화 함으로써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리는 주유소를 만든 일, 미곡종합처리장 건립으로 벼 생산 농가의 산물벼를 전량 수매한 일, 지역상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하나로마트를 개점해 지역의 쇼핑문화를 바꾼 일은 최고의 업적이다.
이 조합장은 “하나로마트를 추진하려하자 지역 상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마침 조합장 선거까지 앞둔 시점이라 많은 아픔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이 조합장은 “하지만 당시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있던 터라 미룰 수가 없어 내가 죽더라도 하나로마트만은 반드시 개점하겠다는 각오로 일을 추진했다”며 “결과적으로 지역 자본의 외부 유출을 막음은 물론 하나로마트의 활성화로 지역 농산물 판매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스스로 해결 못한 큰 어려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벼 수매가격이다.
광양농협이야 여유가 있어 농민들에게 더 많은 가격을 쳐 줄 수도 있었지만 전국적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대로 다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함이 큰 아쉬움이다.
그는 “농민이 시장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농사를 지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농업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아 이를 마무리 하지 못한 것 또한 큰 아쉬움”이라고 한다.
시에서 보조금을 조금 더 주는 것보다 농가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시장논리에 따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기물건을 최고의 상품으로 자신 있게 생산해 시장에서 떳떳하게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농산물이 없어 못 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고령화된 농민을 생각하면 언제나 측은지심이 가득하다. 10년이 지나면 농촌마을에 몇 사람이 남아있을까? 이용할 사람이 없으면 대중교통도 안들어 갈 텐데…. 그래서 그는 최소한 이장만이라도, 영농회장 만이라도 마을에 함께 생활하며 혹시라도 생길 농촌노인들의 변고에 대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멀리 타지에 살고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 있는 이장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조합장은 우리지역이 제철산업과 항만으로 전체적으론 많은 발전이 이뤄진 것이 맞지만 농업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농산물은 공단지역에서 생산됐다고 외면당하고, 노임은 타 지역의 배를 주고도 일손을 구할 수 없는 농업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는 “이 같은 이미지 개선과 과다비용 발생 부분을 농민이 모두 떠안기엔 너무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기업과 행정에서 적절한 보상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인간생활의 기본이다. 농업을 져버려선 안된다”며 “위정자들이 농업 인구가 17%밖에 안 된다고 무시 하지만 말고 불쌍한 농민을 우선 챙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0년을 어려운 농민들과 함께한 생활이 행복했다는 이덕재 조합장. 이제 퇴임과 함께 남해화학 상임이사로 직을 옮김에 따라 농협을 떠나지만 농업과 농민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만은 언제나 지역과 함께할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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