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예로부터 ‘안성마춤’으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인구 14만의 이 도시에서 발행되는 주간신문 ‘자치안성’이다. 언젠가 언론재단 한 직원이 ‘자치 또는 시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신문들은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이 말은 원칙을 중시해 대충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다는 한마디로 빡 샌 언론이란 의미다.
그럴 법도 하다.
일찍이 지역 언론에 눈 떤 이들이 보통 그 지역의 고유명사를 제호로 신문을 창간했다. 예를 들어 남해신문, 거제신문, 고양신문 등이다. 이들 신문들은 언론의 정체성을 지키며 강산이 넘는 세월동안 지역 소식을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허나 초기에 창간된 신문들 중 언론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성 도덕성을 저버려 지역민들로부터 외면, 지탄받는 신문들도 수두룩하다. 그러자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을 하자고 나선 후발주자들은 선발주자들이 지역 고유명사를 제호로 선점한 탓에 주로 시민이나 자치를 넣은 제호를 썼다. ]그런 후발주자 가운데 하나로 올해 창간 14년을 맞았다. 열 네 살이면 지역 언론의 역사로 봐서 녹록치 않은 세월이다. 그러나 자치안성의 경영은 아직 열악하기만 하다. 콘테이너 박스에
서 시작한 자치안성은 2007겨우 전세 사무실을 얻어 이사했다. 헌데 그것도 스무 평 지하이다. 그 소식을 전하던 들 떤 목소리, 사옥도 아니고 겨우 지하에 사무실 얻었다고 신이 난 것은 지난 시절이 얼마나 지난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그런 자치안성을 떠받들고 선 두 축, 최용진 발행인과 황형규 편집국장이다. 최 발행인은 안
성 출신으로 창간 주주이다. 황 국장은 전남 진도가 고향으로 동국대를 졸업하고 형님 댁에 들렀다가 자치안성에 입사했다. 14년여 한 솥 밥 먹으며 동거 동락하는 동지인 이들의 공통점은 ‘곰탱이’란 것이다. 언론인으로서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도 이들은 좀은 미련하다.
이들은 월급은 있으면 가져가고 없으면 그만이다. 우선 직원들 월급부터 챙기고 자신들의 몫으로 백만 원을 넘긴 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헌데 그나마 다행인건 두 사람 다 장가를 잘 갔다는 것이다. 이제 결혼 3년차인 황 국장은 공무원과 결혼했다. 최 발행인 부인도 학습지 교사를 하며 가정을 꾸린다.
언젠가 지역 언론인 몇이 모인 술자리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마누라 등골을 파먹고 사는 인생들이다’란 말에 그만 분위기가 비통해졌단다. 헌데 이들이 내린 결론이 가관이다. 이제부터라도 마음 돈독히 먹고 정말 신문 잘 만들자 였단다. 된장국 점심 한 그릇도 공짜는 안 먹는 자치안성, 그러니 촌지나 향응 따위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저 한 주 신문 나오고 나면 헤벌쭉 웃으며 만족하는 그들이라 소위 ‘돈이 안 되는 인간’들이다.
자치안성은 창간 후 계도지 폐지에 나섰다. 신문은 독자가 스스로 돈을 주고 사서 봐야지 왜 행정에서 시민 세금으로 수 백 만원을 들여 신문을 구입, 불 특정인들에게 뿌리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계도지 장사를 하는 언론사, 이를 이용해 언로를 막는 자치단체가 허다하다. 일간지 주재기자들과 시청을 상대로 몇 년에 걸쳐 계도지 없애기에 나섰다. 10여명의 주재기자들은 협박을, 행정은 예산지원을 해주겠다는 데 웨 욕을 먹어야 하느냐며 이들을 비토 했다. 그저 눈 감고 시류에 편승했으면 직원 한 두 명의 연봉은 너끈히 해결하련만 이들은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마침내 5년여 만에 계도지를 없앴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골프장 불법 허가를 둘러 싼 시청과의 전쟁은 자치안성의 승리로 끝났다. 안성시청이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골프장 허가를 내줬고 자치안성이 이를 보도했다. 자치안성의 끈질긴 보도에 결국 5년여 만에 경기도가 골프장 허가를 취소했다. 사업자의 로비, 행정의 압박을 이겨내며 정론직필을 펼친 자치안성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한번은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들에게 주어야 할 수당을 착복한 사실이 보도됐다. 그러자 장애인단체에서 신문사에 난입, 컴퓨터를 비롯해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자치안성은 계도지 폐지, 골프장 불법 허가 등 지난 14년간 정론직필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상하게 했다. 그러나 비판에는 성역이 없고 비판은 언론의 숙명이라 초지일관하는 자치안성. 이들은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살 것 같다’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