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 도시통합 꼭 필요 한가?
광양만권 도시통합 꼭 필요 한가?
  • 오 재 화 전국민주공무원 노동조합 광양시지부장
  • 승인 2009.09.24 10:19
  • 호수 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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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도시통합은 왜 필요하고 통합을 하였을 때 문제점과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3개시의 통합은 예전 90년대의 도농복합 시군통합과 차원이 다르다. 역사성, 생활, 문화, 환경이 서로 다른 지역의 통합이기에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근거로는 교통, 통신의 발달로 생활환경이 변함에 따라 행정계층의 축소 등 시대 흐름에 맞는 행정체제를 만들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자치단체의 통합과 행정계층 축소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군을 통합하여 행정구역을 넓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나라 기초 자치단체 인구는 평균 21만 명인데 반해 미국은 6600명, 프랑스 1700명, 독일 5400명, 일본 6만7천명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다. 또한, 광양, 순천, 여수 3개 도시를 통합하면 면적이 자그마치 1862㎢로 서울특별시의 3배 규모이다. 이러한 광활한 면적에 기초자치단체로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모험일 뿐이다.

시도를 없애고 전국 시군구를 60~70개의 통합시로 만들면 중앙집권화 심화가 우려된다. 지금의 시도가 중앙정부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통합시는 더욱 중앙에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 지방분권이 필수조건임에도 거꾸로 중앙의 눈치를 봐야하는 지방자치의 퇴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이 훼손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 주민이 참여할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지금도 행정단위의 규모가 커서 주민자치의 활성화가 문제인 마당에 규모를 키우면 행정의 효율성만 강조하게 될 것이다.
광양만권 3개시는 역사와 전통, 문화, 생활환경 등이 다르고 주민의 의식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통합을 한다면 심각한 내부혼란에 빠지게 되고, 지역간 갈등과 통합에 따른 주도권 다툼 등으로 지방자치단체로서 기능을 상실할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논의되는 통합은 남의 논의 물을 자기 논에 대려는 속셈이 자리 잡고 있다. 솔직히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의 속내는 지역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여수는 엑스포 개최 등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고, 순천은 나름대로 도시경쟁력이 있음에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문제를 통합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통합논의가 지역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 통합 주장이 타 지역을 배려하지 않음도 큰 문제이다.

이제 민선자치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지방자치는 초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시정과 의정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감시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시의 살림살이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회의 역할은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 감시나 평가가 없다. 시장과 시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에 시민단체와 주민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